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일찍이 플라톤은 '움직이지 않는 영원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미지가 시간'이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오래 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왔던 시간이란,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시간, 즉 해가 떠서 다음 날 해가 다시 뜰 때까지의 하루였고, 지구가 초당 30㎞의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해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1년 전에 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구촌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고군분투했다면 올해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더 거세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 시대는 사회 전반에 걸쳐 종전의 이론과 상식, 규범과 관습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뉴 애브노멀'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즉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이 교대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불황이 항상화 되는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비정상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는 상식을 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죠.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메이저리그 중계를 즐겨보는데 오타니 쇼헤이란 선수를 눈여겨 보게 됐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만 모여 있다는 메이저 리그에서 지난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 리그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습니다. 보통 선수들은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기도 어려운데 투수와 타자, 두 포지션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려 일본을 열광시켰습니다.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노력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오타니는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를 세웁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8개의 핵심 목표를 만들고 핵심목표마다 8개의 실천과제를 도표로 만들어 실천했던 겁니다. 일명 만다라트라는 기법(마인드맵)인데 가로세로 9칸씩 총 81칸에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 등 9개 핵심 목표를 넣고 그 핵심목표마다 각각 8개, 총합 64개의 실천과제를 세워 놓고 하나하나 이뤄낸 것입니다.
5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최소 다섯 종류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고 하죠. 그중에서 가장 약했던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은 우리 조상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에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으로 진단합니다. 다정하게 행동할수록 생존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사는 곳을 바꾸라는 것은 환경을 바꾸라, 즉 환경이 달라지면 누구든 강제로 변화가 생기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라는 것은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면 하는 일과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고, 시간을 달리 쓰라는 것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겁니다.
톨스토이가 이르기를 '모두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매일 아침 똑같은 자리에서 일어나 늘 먹던 대로 아침 식사를 하고 비슷한 패턴의 옷을 걸치고 익숙한 길로 출근하는 삶, 늘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새로워지기를 바란다면 하늘에서 별이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임인년 호랑이해 아침, 오마에 겐이치가 '난문쾌답'에서 던져준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묻습니다. 올해는 무언가 이뤄질 것 같은 기대에 가슴이 설렙니다.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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