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위기극복, 진정한 공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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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위기극복, 진정한 공감으로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12-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집안 대대로 이어서 하는 사업을 가업이라 한다. 나름의 역사성을 가지며, 거기에 독자성, 정체성 등이 담겨있다. 전통기술의 축적과 의사결정의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경쟁력의 원천이다. 백년 넘게 지속되는 기업이 유독 많은 나라가 일본이다. 거기에 담겨있는 장인정신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장인정신은 최고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며 부단히 절차탁마한다.

시대에 따라 직업도 끊임없이 변한다. 개인과 사회적 변수가 있다. 불필요해져서 자연히 사라지는 것이 사회적 요소라면, 개인적 요소는 어렵거나 힘든 일이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것은 외면당한다. 예전엔 주로 육체노동이었지만, 현대는 정신노동, 육체노동 구분이 없다. 세상에 수고롭지 않은 일은 없다. 그러하기에 기왕이면 힘들이지 않고 대우받고 싶어 한다. 천대 받으면서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되는 일들이 있다. 그를 해내는 것도 장인정신의 하나다. 다시 말해, 푸대접에 험난하여 기피하는 일이지만 최고를 지향한다. 당대에 끝내지 못하고 대대로 이어져야 가능한 것도 있다. 바로 가업이다. 따라서 장인정신, 가업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몇 번 언급하였던 이야기다. 미대 졸업 후, 작품 활동으로 일생을 살고자 했다. 작업실도 아닌 작은 방에서, 비루하기 이를 데 없는 소소한 화구로 작업을 하였다. 개인전을 열었다. NGO단체 활동 덕이었는지 다행히 그림이 거의 다 팔렸다. 일 년 후 두 번째 개인전은 판매되는 것이 반으로 줄었다. 다시 일 년 후 판매된 작품은 반에 반으로 줄었다. 작품이 많이 팔린 첫 번째 전시회에서도 그림 대금은 거의 남지 않았다. 전시 기간 중,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술이며 밥값으로 거의 다 써버렸다. 표구 비용을 비롯한 전시비용은 고스란히 빗으로 남았다. 무명작가 그림을 누가 사주랴, 매번 사 준 선배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개무량하다. 가족은 가족대로, 지인은 지인대로 기대가 있었으리라.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부끄럽지만 그만 절필을 다짐하고 말았다.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면 마음껏 작품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일단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입사하여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관리직으로 입사하여 어깨너머로 프로그래밍을 공부 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다. 600여 업체에 업무용 응용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급했다. 직원도 많을 땐 25명에 이르렀다. 소프트웨어 업체론 꽤 큰 규모다. 자동제어, 서버운영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하기도 했다.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결국 20여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회사, 애당초 목표에 다다르지도 못해보고 맞이한 결과다. 넝마 같은 쓸모없는 경험만 가득 떠안게 되었다. 결코 낭비가 아니란 위로의 말도 수없이 들었지만, 완전히 인생을 허비한 꼴이 되었다. 가슴 가득 절망만 안고, 차디찬 허허벌판에 선 느낌을 누가 알랴.



그러한 속에서도 아이들은 풋풋하게 자랐다. 그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으나, 지난날이 회상되어 그리지 못하게 하였다. 고난의 길로 안내하고 싶지 않았다. 문화예술 시대가 도래함을 번연히 예견하면서도 막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역병으로 장인정신, 누대에 걸친 가업도 무너지고 있음을 본다. 수많은 사람이 스러지고 있다. 자금난에 허덕여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두려움의 크기를 모른다. 넘지 못할 장벽에 부딪쳤을 때, 그 절망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다. 그를 해결하려다 더 큰 불행의 덫에 걸리고 만다.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수렁에 빠진 것을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랴. 그런데도 세상은 가볍게 대응한다. 알량한 돈 몇 푼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호수에 함부로 돌팔매질 하지말자. 당사자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게다가 사회가 인정하는 이름까지 도용한다. 명인, 명장, 명품 등은 말 그대로 누구나가 공히 인정한다는 말이다. 지혜와 열정, 끈기, 용기의 집합체다. 종이 한 장으로 대체될 일이 아니다. 기관이나 일부사람이 허접스럽게 명명할 말이 아니다. 몇 대를 거쳐도 이루기 어려운 최고의 가치를 손쉽게 취하려 한다. 그런 심리를 악용하는 파렴치한 소치로, 자격증처럼 둔갑시켜 남발한다. 희화화 하는 것이다. 진솔한 장인, 가업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존중받아야 할 가치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마저 허접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패, 난관에도 뜨거운 격려박수를 보내자. 아픔을 치유하는 길은 마음 치유가 먼저다. 그것은 진정한 공감에 온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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