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현 교수 |
지금까지의 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 준공 등의 순서로 진행해 왔으며, 절차마다 필요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사업을 제외한 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지정 단계에서만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인허가 절차와 실제 공사기간을 합산하면 최소 7~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에 서울시가 공공이 민간주도의 정비사업을 지원하여 사업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는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서울 시내 21곳을 대상지로 발표하였다. 후보지에는 양천구 신월7동 1구역(11만5699㎡), 노원구 상계5동 일대(19만2670㎡), 송파구 마천5구역(10만6101㎡), 용산구 청파2구역(8만3788㎡), 종로구 창신동 23을 비롯해 숭인동 56 일대, 동작구 상도14구역, 관악구 신림7구역 등 도시재생지역 4곳도 포함되어 있다.
보존 위주로 추진하던 서울 도시재생지역의 노후화·슬럼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된다.
신속통합기획은 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돕는 민간 정비사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가령 5년 이상 걸리는 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줄이고, 구역 지정 이후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로 사업 추진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목표로 후보지의 정비계획 수립을 내년 초 착수하여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정비구역지정이 진행되면 정비사업이 완료됐을 때 약 2만5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으로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투기 방지 대책도 수립하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공고하여 내년 1월 2일부터 토지 거래를 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는 기준면적의 10% 수준의 토지만 허가를 함으로써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장기간 소요되는 정비사업은 주택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공이 계획수립과 지정, 인허가절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민간재개발의 사업기간을 단축 시킨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광역시 주거용건축물 노후도는 2021년 기준 60%에 육박하고, 비주거용건축물을 포함하면 70%대의 노후도로 주택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는 2017년 이후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신규주택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종시로의 인구유출로 2017년 150만이던 인구가 2018년에 148만명, 2021년 11월 현재 145만명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인구의 감소추세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 개발사업 등으로 주택공급이 지속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주택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그만큼 노후주택의 정비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새로운 정비사업모델이 국내 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파악된바 없다. 하지만 국내 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투기로만 치부하며 주택공급을 억제하려는 정책보다는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여 적정수준에 이르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유효한 방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대전의 정비사업은 통합심의로 신속한 사업추진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절실하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과 시행이 이루어진다면 주택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방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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