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2강 일모도원(日暮途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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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2강 일모도원(日暮途遠)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12-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02강: 日暮途遠(일모도원) : 날은 저물고 가야 할 길은 멀다.

글 자 : 日(해 일/ 날 일), 暮(저물 모), 途(길 도), 遠(멀 원)으로 구성되었다.

출 처 : 사기열전(史記列傳) 오자서열전편(伍子胥列傳篇)

비 유 :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번 주(週)가 금년(2021년)의 마지막 주일이다.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 해를 조용히 돌아보아야할 시점에 대한민국은 전국이 온통 내년 대선(大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분열과 혼란은 가증되고, 거기에 더하여 알 수없는 역질(疫疾/코로나19)은 조그만 틈새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한마디로 '고달프다.' '힘들다.'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유독 정치권만은 남을 비방(誹謗)하며 상대방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은 지금으로부터 약2,500여 년 전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초(楚)나라에 한 의(義)로운 남자 오자서(伍子胥)라는 사나이가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오자서(伍子胥)의 집안은 원래 6대에 걸쳐 초(楚)나라에 대대로 충성을 바친 명문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 이에 초나라 평왕은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伍奢)를 태자(太子) 건(建)의 태부(太傅/큰 스승)로 삼고, 비무기(費無忌)를 소부(少傅/작은 스승)로 임명했는데, 비무기는 태자에게 불성실했다.

얼마 후, 평왕은 태자비(太子妃)를 진(秦)나라에서 맞아오기 위해 비무기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그런데 사신으로 간 비무기는 진나라 공주가 미인(美人)인 것을 보고 별도로 일찍 돌아와 평왕에게 진나라의 공주를 며느리로 삼지 말고 직접 취(娶)하라고 건의했다. 평왕은 처음에는 거절하다 비무기의 아부하는 말에 욕심이 발동(發動)하여 진나라 공주를 가로챘으며, 그녀를 더없이 사랑하여 아들[진(軫)]까지 낳았다. 그리고 태자에게는 따로 비(妃)를 맞게 해 주었다. 이 공로로 비무기는 평왕의 총애를 받게 된다.

하지만 간신 비무기는 평왕의 사후(死後)가 걱정이 되었다. 태자가 왕이 되면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므로 태자를 중상(中傷)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참소(讒訴)를 깨닫지 못한 평왕은 차츰 태자를 멀리하더니 마침내 태자를 변경(邊境)인 성보(城父)태수로 임명하여 국경을 지키게 했다. 비무기는 계속해서 왕에게 태자를 참소했다.

"태자는 진나라 공주의 일로 분명히 원한을 품었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태자를 경계하셔야 합니다. 태자는 성보에서 군대를 거느리고 있으므로 때가 되면 제후들과 교제를 맺고 수도로 쳐들어와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평왕은 비무기의 참소에 넘어가 즉시 태자의 큰 스승인 오사(吳奢)를 불러들여 사실을 추궁했다. 오사는 비무기가 태자를 왕에게 참소한 것을 알았으므로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참소로써 사람을 해치려는 소인배의 말을 믿으시고 친자식을 멀리하려 하십니까?"라고 하자, 목숨을 걸고 태자를 제거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비무기는 필사적으로 나왔다. "왕께서 지금 당장 이를 막지 못해 일이 이루어지는 날이면 결국 포로가 되실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평왕은 즉시 오사를 옥에 가두고, 군대 감독관인 분양(奮揚)에게 태자를 잡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분양은 명령을 받고 떠나면서 태자에게 사람을 미리 보내 도망치라고 알려 주었다. 태자는 송(宋)나라로 도망했다.

한편 태자를 내쫓은 비무기는 다음 차례로 오사와 그의 두 아들을 지목(指目)했다.

"오사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모두 현명합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초나라의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의 아비를 인질로 잡아 아들들을 불러들이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초나라의 화근이 될 것입니다."

왕은 옥중의 오사에게 두 아들을 불러들일 것을 명령했다. 물론 불러들이면 오사의 목숨을 살려 준다는 조건이었다. 오사가 거절하자 왕은 사람을 보내 두 아들을 불렀다. 큰아들 오상(伍尙)이 가려 하자, 작은아들 오자서(伍子胥)가 말렸다.

"초나라에서 우리 형제를 부르는 것은 아버지를 살려 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형제가 후환이 될까 두려워 아버지를 인질로 잡아 우리를 불러들이려는 것입니다. 가는 날이면 부자가 함께 죽을 뿐 아버지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가면 아버지의 원수마저 갚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로 달아나 힘을 빌려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만 못합니다. 부자가 함께 죽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오상은 동생 오자서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달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아버지와 함께 죽기 위해 자진해서 옥에 갇혔다. 오자서는 도망쳐 송나라에 있는 태자에게로 갔고, 오상이 호송되자 평왕은 오사와 오상을 함께 처형해 버렸다.

역사의 기록은 항상 평화스러운 환경보다 모질고 험난한 사건을 부각시켜 후세에 교훈으로 삼기를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일모도원의 전편에서는 원수를 갚고자하는 오자서의 장한 일념보다는 왕이 본분을 잃은 것과, 출세를 위해 아첨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신배들의 행태, 또 간신의 아첨에 넘어가 평상심(平常心)을 잃은 지도자의 어리석음을 느낄 수 있다.

불가(佛家)의 한 고승[臨濟義玄]은 "평상(平常)의 삶과 생활이 곧 선(禪)이요, 불(佛)이요, 법(法)이라 한다. 이는 비범하고 특별한 것이 비정상인 비상도(非常道)인데, 이를 높이 쳐주는 것은 이유 없는 미혹이 된 어리석은 마음이 갖는 허영이라는 것이다."

자기 생애에 특별하고자 하는 자, 부유하고자 하는 자, 높이 되고자 하는 자, 권력을 소유하고자하는 자들은 기준(基準)의 선을 넘는 욕심 때문에 초나라 평왕(平王)처럼 아첨을 좋아하게 되므로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축년(辛丑年)을 보내는 마지막에 상세하고 냉정하게 나 자신과 가정, 나아가 국가의 명운(命運)을 돌아볼 때이다. 물론 그 바탕은 〈국민들의 삶이 넉넉하고 편안한가!〉를 기준으로 한 돌아봄이어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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