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어 먹지 못하고
남은 밥을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구수한 밥이 먹고 싶어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든다
흰밥이 그릇을 움켜쥐고
격렬하게 변신하여 바삭하다
흰밥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따뜻한 내음이 거실에 번진다
눈 내리는 밤
순백의 눈송이와 밥에서 출력된 누룽지를
냄비에 함께 넣고 끓인다
구수하게, 또는 격렬하게
오늘의 주어는 엄마의 누룽지밥
거실에 번져있는 구수한 후각이 아이들을 불러들인다
혀와 누룽지의 온도가 만나는 맛
입맛을 부르는 이 짧은 끌림은
곁에 두고 싶은 맛이다
이현경 / 시인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