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대국민 사과문은 간결하면서도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전달력과 울림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선대위에서도 각종 의혹에 관한 상세한 답변을 대변인실에서 도맡는다고 공표했지만, 사실 한참 늦은 조치다. 선거전략의 기본이지만, 경선캠프에서부터 후보와 부인 관련하여 흠결을 짚어서 미리 정리했어야 마땅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취약한 탓도 있지만, 대선캠프에서 이런 의혹과 거짓 소문에 대한 사전점검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당연한 책무다.
선출직 남편을 둔 부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선거에 적극적이고 표 얻기에 열심이다. 반면에, 김건희 씨는 대학 강단에서 그리고 코바나컨텐츠 대표로서 일해 왔던 커리어우먼이다. "경인선에 가자"고 외쳤던 김정숙 여사와 여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손잡고 다니면서 애정전선의 견고함을 뽐내는 김혜경 씨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김건희 씨는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신을 겨눈 네거티브 공세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맘이 더욱 착잡했을 것이다. 선거과정의 어려움과 대중을 대하는 경험이 없었기에 어색하고 일면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의 속성과 정치행태에 대한 생경함은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의 면면이 짧은 시간에 작금의 수준으로 올라선 것도 참 대단한 자질과 능력으로 평가한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힘은 선대위 구성과 운영을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 중이다. 툭하면 시시비비를 놓고 다투거나, '나만이 옳다'는 편협한 시각과 판단력을 가진 자들은 자중해야 한다. 캠프 내 구성원들이 소탐대실의 욕구를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리 합심하려 해도 힘든 것이 대선이다. 당내의 불협화음이 바깥으로 분출될수록 국민은 엄청난 실망과 피로감을 느낀다. 작금의 국민의힘 처지가 바로 그 지점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정치권력 획득을 위한 대선캠프는 복잡하고 어수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준석 당 대표는 실체가 불투명한 '윤핵관'을 내세워 내부총질을 해대고 있다. 겉으로는 정권교체를 향한 쓴소리라지만, 비판과 비난도 때와 장소는 물론 수위가 있는 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언행과 행보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주눅이 들어 있는 온 국민이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가. 나라와 당에 대한 한 줌의 충정이라도 남아있다면, 자중과 진중함을 정중하게 권하고자 한다. 당 내부의 시끄러움은 당내에서 해결해주길 바란다. 아무튼, 김건희 씨의 등장을 기점으로 선거캠프가 풀어야 할 다각적인 향후 과제를 재정비해주길 기대한다.
짐작하건 데, 윤 후보는 험한 정치권과 선거경험이 일천한 부인을 생각해 되도록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각고했을 것이다. 아무튼, 껄끄러운 사안으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니, 이젠 김건희 씨도 윤 후보 돕기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부끄러움과 사과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즐비한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게다가 내로남불로 치부하는 행태가 정치권에 만연해 있다. 막스 베버는 지도자와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혜안을 꼽았다. 대선후보의 부인도 이런 덕목을 염두에 둬도 좋을 듯싶다.
거듭 당부하건 데 김건희 씨는 차제에 맘을 추스르고 대중 앞에 당당하고 겸손하게 나서주길 바란다.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열정과 수완을 기반으로, 국민과 함께 가겠다는 진정성과 용기를 챙기면서 사랑하는 남편 윤 후보와 함께 뛰어주길 기대한다. 온갖 비방과 비난의 화살을 두려워하면 상대는 더욱 기세를 올린다. 흔들림 없이 진정성을 갖고 부지런히 그리고 차분하게 국민에게 다가가면 된다. 그 어느 대선 때보다도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유권자를 향해 능동적으로 파고들어 윤 후보를 적극 돕는 것이, 김건희 씨에게 주어진 숙명이고 운명이자 윤 후보 지지자들의 절실한 서원(誓願)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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