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35] 청풍승평계→‘속수(續修)승평계’로 25년만에 세대교체…의미는?

[10년간의 취재 기록-35] 청풍승평계→‘속수(續修)승평계’로 25년만에 세대교체…의미는?

속수승평계의 뜻은 ‘이어서 계속 수련한다’
속수승평계 중책 맡은 이긍연, “다음 세대는 청풍승평계로 국악의 세계화 이루길”
청풍승평계, 서양식 오케스트라 계승발전과 ‘흡사’
노재명 국악학자, "전문 국악인, 적극 가담했을 것"

  • 승인 2021-12-27 09:30
  • 수정 2023-08-30 20:0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청풍승평계_사진1
'제천 청풍승평계, 속수승평계 고문서'…이 문헌들은 1969년 제천군지 책에 일부가 흑백사진으로 실린 이후 사라졌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아쉬움만 주고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제공>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천 청풍승평계'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청풍승평계는 창단 이후, 진화했다. 발전 과정은 1969년 제천군지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제천군지에서 엿볼 수 있다.

1893년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제천 청풍승평계(국악단체)는 창단 이후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25년 뒤 다시한번 연주단원을 확충하는 등 업그레이드 시킨다. 단원들이 청풍승평계의 창단 이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 확대, 진화'시켜온 것이다.

청풍승평계의 진화 모습은 서양 오케스트라의 발전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국내 최초의 서양식 오케스트라는 1926년 중앙악우회인데, 창단 초기 10여명의 단원으로 시작한다. 악기구성도 성악과 피아노, 바이올린 등 소규모다. 중앙앙우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한다. 첫 창단 당시, 단원 10여명으로 시작했다면 현재는 대개 50~100여명의 대규모로 연주한다. 서양음악이 100여년동안 계승, 발전했다는 얘기다.

캡처
'속수(續修)승평계 단원들의 명단'… 이 문서는 속수 승평계 임원(빨간색 부분)과 연주 단원들의 이름, 그리고 출생년도 등이 기록돼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그렇다면, 청풍승평계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체의 명칭이다. 청풍승평계는 '속수(續修)승평계'로 업그레이드 된 명칭을 사용했다.

청풍승평계 명칭에서 '이을 속(續)자와 닦을 수(修)'자를 추가한 것이다. '속수'를 한자로 풀이한다면 '이어서 계속 수련한다'는 뜻과 같다.

1893년 창단한 청풍승평계는 한 단계 발전시킬 목적으로 25년 후인 1918년에 속수승평계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속수승평계는 단원도 확충한다. 기존 청풍승평계 단원 33명에서 43명으로 늘린 것이다. 10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한마디로 대규모 세대교차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청풍승평계에서 속수승평계로 자리를 옮긴 이긍연(이건연)은 '1918년도 속수승평계를 조직하면서…'라는 서언(책 등의 첫머리에 책을 펴내게 된 동기나 경위)을 남겼다. 이긍연의 서언을 쉽게 요약하면 이렇다.

"승평계의 설립이 계사년(癸巳年) 1893년 중춘(仲春·완연한 봄)이다. 음악의 운율은 (제천)청풍호 경치와 일치하고 음악하기 좋은 곳이다.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악기비용, 활동비용 등은 속수승평계에서 더 증액한다. 이런 내용은 청풍지역 현인들, 즉 유지들과 논의했다. 논의결과 청풍승평계에서 받았던 10냥을 속수승평계에서 2원으로 책정한다. 풍소재자(風騷才子), 즉 풍류객은 이 '악(樂·청풍승평계)'을 교훈 삼아서 영원토록 전승하라. 다음 세대는 청풍승평계를 보고 느껴서, 국악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 1918년 4월 16일 이긍연(이건연)의 서(緖)"라고 글을 남겼다.

속수승평계 좌목.jpg---제천군지-35- 최종
'1969년 제천군지 책에 기록된 '속수(續修)승평계'… 이 문서는 속수 승평계 단원들의 이름과 출생년도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류금열 제천 향토사학자는 "1차 조직됐던 청풍승평계 멤버(단원)들이 돌아가시거나 또 거동이 불편해 전문 인력부재로 2차 조직인 속수승평계가 또다시 조직된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청풍승평계가 '단발성 조직'이 아니라, 이 단체를 계속 계승하기 위해 업그레이드 된 조직이 탄생했고, 청풍승평계에서 부족했던 점을 세대교체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이용탁 예술감독은 "청풍승평계가 명칭 변경 등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무용, 성악, 악기 등을 늘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풍승평계는 당시 '비파'라는 악기를 사용했는데, 지금의 국악단 등은 거의 비파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비파를 사용한 것으로 볼 때, '당대 전통을 기반으로 한 국악단'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청풍승평계의 단원들은 풍류가야(정악 가야금), 산조가야(산조가야금), 양금, 현금(거문고), 당비파(현악·8음), 향비파(현악·8음), 피리(향피리), 젓대(대금), 장고 등을 연주했다. 특히 가야금 산조와 정악을 구분해 연주한 것으로 봐서 정악, 민속음악을 두루 연주한 것으로 보여진다.

노재명 국악학자는 "전통사회 마을 단위의 풍류방은 공간 크기상 대개 기악 독주나 이중주, 시조창, 영산회상 정도 연주할 수 있는 10여명 내외 소규모 인원이 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43명으로 편성된 속수승평계는 거의 궁중음악단 규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점은 이러한 대규모 악단을 관에서 조직한 것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형성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당시 전승이 위태로운 국악을 살리기 위한 제천 청풍면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악 사랑, 애향심, 자부심이 충만했기에 가능했다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이어 "비파 연주자들까지 포함된 점으로 봐서 당시 전문 국악인이 이 악단의 창단과 연주, 단원 교육에 적극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4.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1.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5.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