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교육부 송익준 기자 |
20개월 영아 살해범의 형량이 선고되자 방청석이 들썩였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앞서 검찰은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구형량과 선고형량 간 차이는 극명했다.
여기저기 불만 가득한 목소리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는 분노가 뒤섞였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일부 방청객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복도에 꿇어앉은 채 엎드려 흐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겨우 20개월이었다. 아이가 당한 피해는 잔혹하기 짝이 없다. 아빠처럼 따랐을 살해범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에 성폭행까지 당했다. 숨이 끊긴 뒤에도 고통은 이어졌다. 차디찬 아이스박스에 담겨 제때 하늘로도 가지 못했다. 가슴 한편이 울컥거리는 건 기자뿐인가.
아동학대는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에 퍼질 대로 퍼진 상태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가 입양 부모의 장기간 학대로 세상을 떠났고, 9살 난 아이가 계모의 훈육이란 명목 아래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을 거두기도 했다. 이뿐인가. 칠곡 계모, 서현이 사건 등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간 쏟아진 아동학대 대책은 한 무더기다. 사건이 발생하고,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갖가지 정책이 추진됐다. 아이 이름을 딴 법이 제정되고, 인력과 예산도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도 없다. 나 몰라라 하는 듯 때 되면 나오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만성화된 탓이다.
거창한 대책보단 우선 적극적인 관심이 먼저다. 무관심 속에 아동학대는 자라난다. 아동보호 전문가들은 주변 아이들에게 조그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학대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동학대를 단순 남의 집 문제로만 여길 게 아니라 어른으로서 책임과 의무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도 정비와 인프라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매번 뒷전인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 기관의 권한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과 지침도 손봐야 한다. 어쭙잖은 매뉴얼은 현장활동 폭을 좁힐 뿐이다. 전문가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야 한다. 인력 충원과 예산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엄벌도 필요하다고 본다. 엄벌이 능사는 아니나, 지금은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한 때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방법은 엄격한 법 적용뿐이다. 피해 아동의 지원대책이나 가해 부모의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적 접근도 필요한 부분이다.
언제까지 두고만 볼 텐가. 아동학대, 이젠 끝장을 내야 한다.
송익준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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