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감원에 반대하는 주민이 써 붙인 호소문 |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을 놓고 주민 투표가 이뤄지자 반대하는 주민이 단지 곳곳에 써 붙인 글이다. 이 아파트에선 10월 21일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경비원 업무가 제한되면서 경비원 정원 조정에 나섰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경계가 뚜렷하게 정해진 가운데 일각에서 우려했던 경비원 감축이 현실이 됐다.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지만 일부 주민들은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며 호소하고 있다.
대전 중구의 1200여 세대 아파트에 최근 주민투표 안내장과 관리규약 개정안 찬반 동의서가 세대별로 배부됐다. 이 아파트 임시입주자대표회의 제안에 따라 현재 18명인 경비원을 12명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민들이 받은 안내문에는 "경비원 업무가 법제화로 경감됐다"며 "세대 방문 동의서 징구, 기계 이용 정원수 전정·예초작업 등 관리보조업무 수행 불가"라고 조정 사유를 들었다. 또 "입주민이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사항이 미미하고 CCTV(309개소) 등 경비시설 확충으로 2015년 이후 도난 등 사건 발생 전무하다"며 "인근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 경비원 수가 많다"고 감축 제안 배경을 제시했다.
경비원 6명을 감축했을 때 경비비 예산이 연간 2억 2000만 원가량 절감되는데 아파트 면적당 관리비를 계산하면 세대당 월별 1만 500원에서 2만 5250원을 아낄 수 있다고도 안내됐다.
아파트 경비원 감축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 전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다. 노동강도는 강해졌지만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이 빠져 있고 되려 경비원 감축 명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이 아파트 일부 주민은 경비원 감축에 반대한다며 적극적으로 다른 주민을 설득하기도 했다. 아파트 현관 등 주요 장소에 호소문을 붙인 주민은 "전 분리수거하러 갈 때 산책할 때 그분들이 이어서 행복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마음이 지쳐 있지만 우리 6분의 경비원님마저 안 계시다면 얼마나 더 힘들까요?"라고 써 붙였다.
이 주민은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비원 도움받을 사항이 미미하다고 하는데 낙엽과 눈은 매년 쓸어야 하는 일이고 특히 코로나 시기에 재활용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어 경비원분들 할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마다 경비원 분들께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그 분들이 안 계시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도 힘든데 이분들(경비원)도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싶다"며 "호소문을 붙이는데 한 경비원 분이 보시고 눈물을 글썽이셨는데 마음이 아팠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