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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재창출이냐 아니면 정권 교체냐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이는 건곤일척의 승부 속에 '박근혜 사면' 돌출 변수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킬 전망이다.
민주당에선 중도층 표심 공략에 도움될 것이라는 기대와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이번 조치에 실망한 핵심 지지층이 이탈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면이 '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당·청 간 사전 협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사면 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같이 질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가 나쁜 것은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번 대선이 중도층 확보 싸움이라고 볼 때 사면 카드가 플러스로 작용하긴 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최근 급격히 나빠졌다는 점에서 정무적 고려를 떠나서 사면의 명분은 세워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민주당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친문·호남 등 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당 일부 의원들에겐 이번 사면 결정과 관련 '촛불 혁명의 배신', '말 바꾸기' 등을 지적한 항의 문자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선후보 역시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어쩔 수 없는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형식적으로 보면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긴 것처럼 보일 수 있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대선 유불리에 대해선 "잘 판단이 안 서고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 직후 환영 논평이 나온 국민의힘도 한편으론 이번 조치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묻어난다.
먼저 야권 안팎에선 '박근혜 사면' 카드가 윤 후보의 과거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력을 재차 소환되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런지 노심초사다.
이럴 경우 자칫 박 전 대통령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을 자극하면서 보수 분열로 이어질 것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과거 악연 환기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을 가리켜 적전 분열을 노린 여권의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다른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당시 '보수 대단결'을 주문했던 만큼 보수 결집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빙 구도인 대선 정국에서 이번 사면이 여권의 보수 분열 획책 프레임이 부각될 경우 보수층의 정권 교체 열망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해석이다.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선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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