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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에 대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유를 재차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하는 과정을 두고 오랜 시간 각계각층에서 이어진 요청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종교계나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건의가 있었다"며 "두루 의견을 듣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제가 알기로는 참모 간 토론도 없었다"면서 "다만 참모로서 '(사면에 대해)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말씀과 함께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말씀드린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으니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안건이 올라갔을 것"이라며 "경위와 관련해 대통령이 언제 지시했는지, 지시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보탰다.
그러면서 아울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사면과 관련한 생각을 물은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명박(80)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는 "두 분의 케이스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까지 촉구하는 국민의힘의 입장과 맞물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 같은 견해에도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모르겠다"며 "그것을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는 국민 공감대 형성 여부와 관련해서는 "사면 찬성 여론이 올라갔다는 기사도 있다"고 하면서 "여론조사에서 두 분(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간 (사면 찬성 여론) 차이는 컸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대선 당시 부패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 사면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원칙을 파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있는 대통령 사면권을 절제된 형태로 행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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