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일 원장의 지휘 모습 |
대전중구문화원 관악협주단 제14회 정기공연이 있는 날이다.
필자는 김정수 화백의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평소에 존경하는 노덕일 선배가 원장으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구 관악합주단은 이은권 전 중구청장이 재임시 창단하여 박용갑 청장의 후원으로 오늘에 있는 것이다.
두 분 청장님의 예술을 보는 눈을 더 말하고 넘어가자.
아득한 옛날, 인간은 동굴 벽에 자기 자신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모습을 새겨 넣었다. 세월이 흘러 동굴 벽은 모든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인간은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 너머의 것을 열망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음악, 회화, 조소, 건축, 사진에 이르기까지 온갖 형태의 예술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찾지 못한다. 더욱이 안개에 묻힌 듯 추상적이고 복잡한 현대 예술계는 우리와 상관없는 곳이라 느껴질 뿐이다.
중구문화원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은 예술분야의 음악에 속한다. 두 분 청장은 어쩌면 음악에 문외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셔온 분이 현재의 노덕일 원장일 것이다. 노덕일 원장은 공군 군악대 지휘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지휘봉을 잡으면 지휘봉 잡은 두 손이 공중부양을 하면서 그렇게도 날렵하고 절도가 있었다. 지휘 그 자체만으로도 국보급 예술작품 그것이었다. 그말 밖에는 필자의 말로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문화라는 말이 갖는 함의는 엄청나다. 모든 생활의 일까지도 문화라는 말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덕일 원장은
"저희 문화원은 원도심 대전의 중심지 대전광역시 중구에서 1953년 4월25일 개원 이래 대한민국 문화원의 뿌리 역할을 했던 자부심을 가지고, 문화원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해 나가는 선도 문화원으로서 더욱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문화의 중심 도시 중구의 지역 특성에 맞추어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근대 대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교통과 문화의 중심 도시 중구의 지역 특성에 맞추어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찾아오시는 탐방객에게는 아름다운 감성과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는 가치 있는 삶의 구현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지역문화를 꽃피우는 세계속의 문화 도시 대전 중구를 만들기 위해 지역문화 공동체 교육, 지역민의 문화 복지 참여기회 확대, 향토 고유 문화의 보존·전승·발굴 및 계발을 통한 지역문화의 창달, 지역문화를 내·외에 알리고 서로 교류하는 데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날 연주자들의 실력은 대단 했지만 여기에 모두 열거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몇 분만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소프라노 이현숙의 매력적인 모습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성악가다. 그것도 성악가 중에서 제일 인기를 끄는 소프라노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다. 똑똑 떨어지는 음성인데다가 발음이 정확해 귀에 거부감 없이 들렸다. 진행 도중 지저분한 멘토도 없었다. 역시 노덕일 원장의 혜안이 그로하여금 사회를 맡게 했다는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이 남다른 노덕일 원장인 것이다.
말이 나온김에 소프라노 이현숙의 자랑 좀 더 하자.
그는 이태리 "Giuseppe Nicolini" 국립음악원 DIPLOMA, 이태리 "Giuseppe Nicolini" 최고연주자과정 DIPLOMA, "Flabiano Labo" 국제콩쿨 1위 등 다수 콩클에서 수상하였으며, 현) 오페라 앙상블 일칸토 단장을 맡고 있고, 이야기를 노래하는 일칸토 대표, 대전광역시 수요브런치콘서트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다음으로, 이날 지휘를 맡아 수호했던 어영진 지휘자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휘자 어영진은 목원대학교 관현악과, 계명대학교 대학원 음악과 졸업하고, 대전 페스티벌 윈드 오케스트라 대표, 충남관악단 희망울림 음악감독 및 지휘자 및 대전 중구 관악합주단 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의 지휘는 카리스마적이 아니라 부드럽고 잔잔했다. 지휘를 하려면 카리스마가 엄청나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휘자 어영진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지휘자였다. 그래서 색소폰, 플루트, 오보에, 트럼펫, 호른, 유포포늄, 트롬본, 튜바 등 모든 단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사람, 북을 치는 소녀 조혜진,
관악 연주에 타악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런데 이날, 조혜진은 자신보다 더 큰 대북을 앞세워놓고 협연을 하고 있었다.
관악 연주에서 연주자는 정확한 자세를 준수해야 한다. 즉 머리를 똑바로 한 상태에서 신체를 곧게 하고 두 눈은 지휘자를 똑바로 보고, 두 발은 어깨넓이로 벌려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 그리고 전신의 모든 관절을 자연스럽게 늦추어 호흡이 잘 통하고 손가락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북치는 소녀 조혜진은 이런 자세를 갖추지 않고 때로는 심벌즈와 글로켄슈필즈를 옮겨 다니며 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연주실력이었다.
자랑할 분들이 또 있다. 이날 연주한 곡들을 편곡한 황문규, 정서봉, 박병학 같은 작곡가들이 대전분들이라니 대전 음악계가 희망이 있는 것이다.
노덕일 원장은 "지역문화는 지역민의 일상적인 삶이 투영되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만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역민의 지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문화를 사랑하고, 맘껏 향유하여 역동적인 활동으로 만들어가는 대전중구문화원이 되겠다." 고 하였다.
기대가 크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런 전문인들로 하여금 문화원을 맡아 운영하게 하되, 노덕일 같은 국보급 예술인들은 정년이 아닌 종년제로 하였으면 지역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용복/ 예술 평론가
김용복 / 예술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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