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본, 사회적 네트워크,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지역 이주 여성의 창업사례 연구를 통해 이들의 창업활동 활성화를 위한 지역적,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전세종연구원의 류유선 도시경영실 책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대전지역 이주여성의 창업 사례연구' 자료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19년 기준 대전시 총인구는 149만 8839명이다. 이 가운데 2.3%인 3만 4148명이 외국인이다. 그만큼 다문화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일상이 됐다. 특히 다문화 가족은 최근 들어 '젠더화' 되고 있다. 다문화 정책의 대상인 결혼이민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대전의 결혼 이주여성이 5655명인 반면 남성은 861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다문화 정책의 주요 대상은 결혼 이주 여성이고 다문화 정책과 사업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0년 3587명이던 대전지역 결혼 이주 여성은 2016년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2019년 이후 다시 증가세다. 서구에 결혼 이주 여성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다음이 동구, 유성구, 대덕구, 중구 등의 순이다.
대전의 결혼 이주 여성의 연령은 30대가 41.6%, 20대가 21.7%, 40대가 20%, 50대가 10.9% 순이다. 60대와 70대, 10대도 있어 추후 연구는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의 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 국가는 베트남이 34.2%로 가장 높고, 중국이 22.7%, 한국계 중국이 13.8%, 필리핀 10.2%, 캄보디아 4.8% 순이다.
대전의 이주 여성이 창업하는 경우 몇 가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우선 창업 이유부터 살펴보면 생계유지(가장 역할, 사별 및 이혼 등)와 유연한 시간 운영(자녀가 어린 경우 자녀를 돌보며 일하려는 욕구), 본국 가족 지원, 소속감과 정체성, 사회적 인정, 재미, 노후 준비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주 여성들은 출신국 커뮤티니 중심으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출신 국가 커뮤니티 중심의 자영업을 하거나, 언어적 장벽이 없는 출신국 언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젠더화된 업종에도 치중돼 있다. 식당과 보험, 카페 등 서비스 업종에 치중돼 있으며 화장품, 미용실 의류 등 여성 관련 업종이 많다. 번역이나 학원강사 등 교육 서비스에 종사하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중심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자녀가 어릴수록,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을수록, 경제 참여 욕구가 높을수록, 독립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도 각기 다른 특징이 있는데 중국 출신 이주 여성은 요식업, 화장품 방문판매 및 중계무역 업종 종사자가 많았으며,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의 경우에는 보험과 방문판매, 다단계 등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은 쌀국수 창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주 여성들이 창업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 착취적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창업자의 과도한 노동이 투자되거나, 식재료 구매와 조리, 서빙, 판매 등 모든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1인 식당으로 운영하거나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등의 방식도 많이 보였다.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 중 많은 이들이 창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자주 부딪히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자금이다. 창업 준비를 위한 임대료와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창업을 위한 매장 인테리어, 식당의 경우 주방기기 등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기심과 범죄의 위험도도 높다. 외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있으며, 외국 여성 혼자 운영하는 매장에 방문하는 취객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하대와 무시가 창업 시 어려움으로 꼽혔다.
특히 일과 가정 양립 문제도 있었는데, 자녀 양육과 사업 병행의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심하고 맡길 곳이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녀 국적이 아니어서 유치원 비용 부담이 큰 경우도 있고, 일을 하다가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져 응급실에 간 적이 있는 등 여러 사례가 조사되기도 했다.
때문에 이주 여성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경력과 학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출신국에서의 경력과 학력을 유연하게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울 성동구의 '경력보유여성 등의 존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조례'는 경력을 '일 경험 또는 돌봄 노동 경험'으로 확대함으로써 생애과정에서 여성의 경험을 여성의 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 경험은 직무 교육, 훈련, 체험, 수행 등 취업 전에 하는 일과 관련된 모든 경험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이주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 선주민 여성보다 더 취약한 경력삭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향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획일화된 교육과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출신의 이주 여성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거리 상점 노동의 경험이 많다. 가족노동이나 마을, 지역사회에서 성장 과정에서 체험적으로 배운 노동 노하우와 사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과 시장 논리, 교육 체계에 맞춘 현재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은 이주 여성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주 여성의 삶에서의 감각적인 포착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역량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장소 없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이주민의 사업 감각에 대한 존중의 태도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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