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 경제사회교육부장(부국장) |
코로나19 때문에 삭막해진 분위기를 바꾸는데 소소하지만 크리스마스트리 만큼 가성비가 좋은 것도 없을 것이란 아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집안 분위기가 바뀌자 필자의 기분도 조금은 밝아진 느낌이다.
올해도 1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가는 것 같다. 1년이란 기간 동안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연초 세운 계획에 따라 한 달, 그리고 하루를 보내며 열심히는 달려온 것 같은데,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은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살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나온 과거를 반성하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올해 살아온 삶에 대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코로나19 감염병이 국내에 창궐한 지 2년째다. 코로나는 마음속의 여유를 사라지게 하고 조바심을 갖게 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출입처 관계인 등과 만나 식사를 하기까지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만나기 전에는 '사람을 만나 식사하면, 나는 괜찮을지, 상대방은 괜찮을까' 여러 번 생각하게 된다. 식사 이후에는 별일 없겠지 하며 다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모두가 비슷하게 할 것이다.
지인은 코로나19 검사를 10번 넘게 했다고 하는데, 필자는 운이 좋게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비염이 있는 사람은 PCR 검사 때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언젠가는 검사를 해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위드 코로나'로 잠시 풀렸던 거리두기가 확진자 증가로 다시 강화됐다. 확진자 증가는 정부도 어느 정도 예견했을 진데 위중증 환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사망자가 늘어난 것에는 두 손을 든 모양새다. 최근 대전에서도 하루 사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전국 하루 사망자가 수십 명에 이르러 누적 사망자가 4800여 명을 넘어서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새롭게 출현한 오미크론의 감염력이 높지만, 기존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떨어진다는 전문가 진단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들게 했다. 일부에선 오미크론이 기존 바이러스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오미크론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국에서 첫 감염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런 생각들도 쑥 들어가게 했다.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니 더 지켜봐야 한다.
이달 18일부터 시작된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과는 밖에서 식사나 차를 마실 수 없게 됐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4명까지만 모임을 할 수 있다. 백신 패스 도입으로 백신 맞은 사람과 개인 사유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간의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됐다. 백신 맞지 않은 사람은 식당에서 혼밥만 할 수 있다. 연말 식당이나 카페 풍경이 그야말로 삭막해졌다. 거리두기 강화를 놓고 용어 정리를 고민한다. '위드 코로나 중단이냐', '다시 거리두기 강화냐'. 하지만 둘 다 맞는 표현이고 큰 의미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며 방역조치 유턴에 대해 사과했는데, 자영업자 중심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
잠시 맛본 '위드 코로나'는 독이 든 성배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다. 따듯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겐 버티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2021년 연말, 주위 사람들을 되돌아보며 다가올 내년을 기약해 본다.
박태구 경제사회교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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