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수원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사망한 시민의 시신을 방역복을 착용한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
20일 오후 5시 대전 정수원은 깊은 침묵이 내려앉은 채 운구차량 6대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역복을 두른 직원들이 관을 꺼내 화장장 안으로 옮길 때마다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유족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삼키고 삼킨 통곡을 마스크 밖으로 뱉어냈다. 어루만지고 쓰담을 기회조차 잃은 유족들은 가족이 떠나는 마지막 길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전에서 처음 확진된 이후 최근까지 확진 후 사망에 따른 화장 유해가 모두 142구에 이른다. 지난해 12명의 확진자가 대전에서 사망해 화장됐고, 올해에는 이보다 10배 많은 130명이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돼 유족 품에 안기기도 전에 정수원으로 향했다. 4차 확산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모두 85명이 사망해 유족들은 장례식장이 아닌 정수원에서 고인이 된 가족에게 작별을 했다. 지금도 하루 6구 화장장 수용 범위를 벗어나 화장까지 하루이틀 정도 기다리는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한 경우 정부의 지침 상 가장 먼저 유해를 화장하는데 이때문에 남은 유가족은 작별하는 이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확진으로 격리병상에서 치료 때는 물론이고 임종의 순간에도 가족 중 누구도 병상에 다가갈 수 없다. 안타까운 사망에 이른 경우 남은 가족에게 인계되기 전에 화장의 절차가 진행돼 유족들은 화장을 마친 골분을 받아드는 실정이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의료적 한계로 발생하는 사망자의 유족에게 모든 슬픔을 스스로 감당하도록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문상객을 모시기 불편한지 장례 일정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친인척만 받고 곧바로 발인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장례가 제대로 이뤄지면 유족들이 망인에 대한 죄스러움이나 사회에 대한 미운 마음이 다소 누구러질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방역 상 사망 후 선 화장 후 장례에서 유족들이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장례지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학과 명예교수는 "감염병의 재난상황에서 유족들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아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장례의식이 중요하다"며 "유족의 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장례지도를 돕는다면 후유증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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