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저주받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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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저주받은 사냥꾼

김용복/ 예술 평론가

  • 승인 2021-12-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5년 창단한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청년 오케스트라입니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청년 음악가들의 성장과 자립, 새로운 공연 문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이라는 설립취지를 담아 매년 정기 연주회와 단원들을 위한 협주곡 음악회, 관악 앙상블·현악 앙상블·타악 앙상블을 위한 유벨톤 실내악 음악회 등 자체 기획 공연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공연에 새롭게 도전했습니다."

예술감독 한동운씨의 말이다.

이 단체는 다음 세대를 열어갈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비영리 관현악단이다.

현재 대전에 관현악단은 청소년 오케스트라, 민간 오케스트라들(안디 무지크 필하모니아, 오푸스 오케스트라 등등), 대전시 산하의 대전 시립교향악단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중고등부, 음악대학 졸업과 유학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음악 대학생과 대학원, 막 졸업해 오케스트라 단원 시험이나 대학원 진학과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사회와 연결해 줄 그 어떤 단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20대의 음악 학도들은 미생이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들에게 음악가로서 꿈의 실현과 성장을 위한 버팀목이 되어 주려 한다. 이들이 자립적인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설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 내내 활기가 넘쳤고 건반악기, 현악기, 금관악기가 서로 조화를 이뤄 관객들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하는데 충분했다.

2021년 12월 19일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공연된 '저주받은 사냥꾼'은 .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 1822 ? 1890)의 교향곡이다. 그는 1872년부터 죽는 날까지 파리 음악원의 오르간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는 이 기간 중에 "교향곡 D 단조"를 비롯하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그리고 4개의 교향시 등 오늘날의 프랑크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든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4 개의 교향시 중에 현재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오늘 공연한 "저주 받은 사냥꾼" 뿐이다. 1882년 환갑의 나이에 작곡된 이 곡은 그때까지도 그가 바그너 추종자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권섭이 작곡하고 김형수의 지휘로 이루어진 이날 발표회는 노련한 이진옥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이 얼마나 경쾌하고 신이 났던지 피아노가 건반악기인지 현악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피아노는 건반악기로 분류한다는데 이날 이진옥의 손놀림과 고개짓, 어깨 들썩거림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소리에는 건반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도 있고, 활로 현을 두드려서 나오는 소리도 있으며, 해머로 현을 때려서 나오는 소리도 있었다.

건반악기의 마술사 이진옥.

아아, 이진옥 피아니스트여, 이날 필자의 넋을 앗아간 것을 언제 돌려줄 것인가? 이날 필자가 그 미모에 반하고 건반 위에서 나비같이 춤추는 손놀림에 반한 것을 알고나 있는가? 이날 그대는 필자를 피아노가 건반악기인지 현악기인지 또는 타악기인지 구분을 못하는 바보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보라, 그대 단원들의 단합된 마음을. 이진옥이 건반 위에서 현란스럽게 춤을 추면 다른 현악기들은 활로 현을 두드리거나 아니면 아예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금관악기야 말할 것 없고 첼로도 콘드라베이스도 넋을 잃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명품지휘자 김형수의 지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대들은 다음 세대를 열어갈 지역의 젊은 연주자들인 것이다. 다음 세대를 열어가기 위해선 화합된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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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옥 피아니스트의 연주 모습
그리고 미모의 소프라노 박영자.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지적인 미모도 겸비하고 있었다. 어느 음악평론가는 말했다.

"소프라노는 우선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부터가 예술적이고 매력적이다. 소프라노는 어느 오페라에서든 가장 인기 있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가장 출연료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는, 물론 메조소프라노나 콘트랄토도 간혹 있지만, 거의 모두 소프라노들이다. 커튼콜이 있으면 제일 나중에 당당하게 나타나서 가장 오랫동안 박수를 받는 주인공도 소프라노이다. 박수를 받은 후 퇴장할 때에는 마치 여왕이 시종들을 거느리고 퇴장하는 것처럼 당당한 자세로 다른 출연자들보다 먼저 나간다.

그러면 메조소프라노 또는 콘트랄토의 여성 성악가들이 소프라노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퇴장하고 이어 남자 성악가들이 여왕의 신하들처럼 상당히 황송해 하면서 따라 들어간다. 왜 그런가? 우선 소프라노는 오페라에서 가장 가련하여서 동정을 많이 받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불쌍한 여주인공에 대하여 격려와 동정의 박수를 보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상적인 심성의 사람이라고 볼수 없다. 프리마 돈나로서의 소프라노는 메조소프라노나 콘트랄토 또는 다른 파트보다도 옷도 잘 입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돋보인다."고.

필자도 이날 그의 황홀함에 취해 분장실까지 찾아가서 기어코 그와 대면인사를 하고야 말았다. 그의 목울대를 통하여 나오는 애절한 음색이, 그리고 그의 화려한 옷차림이 필자로 하여금 그렇게 하게 하였던 것이다. 아니 그렇소. 소프라노 박영자님.

더구나 이날 리허설에는 대전시 시의원이신 우애자 의원께서도 부군과 함께 오셔서 이들을 격려하였던 것이다. 정치인들이 예술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지방 예술발전에 큰 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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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영자
넋을 잃게한 황홀의 70분.

예술은 가슴에 남고, 내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김용복 / 예술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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