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 소장 |
초·중등학교에서의 학력 격차는 소득에 따른 격차와 비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가 학력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우리의 교육과정과 학습내용이 사교육을 필요로 할 만큼 지나치게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입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사교육이 학력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사교육의 영향력은 지난 2년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홀로 남겨진 경우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학생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돌봄이 잘 이루어지고 질 높은 사교육으로 보충학습을 받는 아이들을 빼고는 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대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 간 학습격차 해소 방안으로 교사들은 '등교수업을 통한 대면 보충지도'(약 37.1%)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부는 학생 수준과 희망에 따라 맞춤형 개별학습의 형태를 지원해 학습결손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그 여러 방안 중에서 그나마 효과적이라고 교사들이 평가한 것은 학습도움닫기프로그램과 초등학교의 협력수업이다. 도움닫기프로그램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결손 학생에게 방과 후나 방학 중에 교사가 교과수업을 집중 보충하는 것으로 학생 1인당 4개월을 지원하는데 주당 2차시로 강좌당 4명으로 구성된다. 또 협력수업은 초등학교 수업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여 수업 중 더딘 학생을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다. 앞서 강득구 의원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초학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를 물어보는 질문에 학생은 23.7%만 그렇다고 답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를 묻는 질문에도 학부모는 61.1%가 동의했지만 학생은 32.1%만 동의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동급생 간 놀림 등 어려움을 겪는 낙인효과를 걱정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기초학력을 채워주기 위한 프로그램도 학교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문제는 원격수업과 각종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제약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 간에 정서적 유대나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공부는 인강과 같은 온라인수업이나 학원에서 하면 되고, 친구는 SNS로 만나고, 운동도 사설 스포츠교실에서 하면 되는데 굳이 학교가 필요한가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빈부의 양극화가 학력 격차와 맞물려 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는데, 학교마저 존재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때를 맞이했다. 지금 우리 교육은 분명히 위기를 맞고 있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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