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하지만 요즘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과는 한입 문 사과로 표현되는 애플폰의 사과이다. 가끔은 애플이 사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플하면 사과보다는 휴대폰이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지인이 올해부터(1994년)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주식을 살 수 있다고 하면서 탑 시크릿 종목으로 애플을 추천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식으로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는 컴퓨터 만드는 회사 이름이 왜 과일 이름이냐면서 웃는다. 로고도 사과 씹다 만 모양인데 컴퓨터 만드는 회사에서 무슨 휴대폰을 만드느냐면서 애플에 투자하길 거부하고 지금은 사라진 시티폰에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 실제로 있었을 법한 내용에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 2021년 현재 애플은 미국 주식 중에서 시가총액 1위로 2.8조 달러의 가치로 추정된다. 현재의 환율 1180원을 적용해 원화로 따지면 대략 3,300조정도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지난해 국민총생산인 실질 GDP인 1840조 보다 1.8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GDP 순위에서 10위 정도를 하고 있으니 애플 하나의 기업 가치가 얼마나 큰지 체감이 가능하다.
선악과의 사과에서 휴대폰의 애플까지 사과만큼 역사적인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과일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사과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는 동안 가장 쉽게 또는 많이 접하게 되는 과일이다. 사과는 전 세계적으로 2,000가지가 넘는 품종이 있고 우리나라 에서는 익는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크게 구분한다. 조생종은 8월까지 수확되는 사과로 빨간 사과가 아닌 초록사과로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한 아오이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중생종은 9월까지 수확되는 사과로 추석 차례상이나 선물용 사과로 홍로나 홍옥 등이 있다. 만생종은 늦가을에 수확되어 겨울을 거쳐 늦은 봄까지 저장 사과의 형태로 맛 볼 수 있는 사과로 부사와 후지 착색계 품종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사과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고마운 과일이다.
문득 내일의 사과나무의 이야기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우주 산업화에 희망을 쏜 누리호를 보면서 언젠가는 사과나무 한그루를 우주의 어느 행성에 심어지는 순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과가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과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사과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인해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한주의 시작이다. 또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로 인해서 우울감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 19에 걸려서 재택치료를 받던 산모가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대한민국의 믿어지지 않는 의료 현실 속에서도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도록 애쓴 구급대원들의 의지와 결단으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고 한다. 비록 오늘 힘들지만 묵묵히 본연의 일들을 해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한 손안에 쏙 들어온 사과를 살며시 쥐어본다. 2022년이 10여 일 남은 오늘, 무언가를 이기려고 애쓰지 말자. 우선은 버티는데 집중하자. 힘들지만 다시 한 번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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