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우울한 세모 지인용(智仁勇)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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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우울한 세모 지인용(智仁勇)으로 풀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12-18 12: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고대했던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연일 기록 경신이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도 증가하고 있다. 속수무책인 듯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울한 세모다.

아이와 외출하려던 어떤 주부가 주차장에 가보니 다른 차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손으로 밀어보았으나 움직이지 않는다. 어렵사리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했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전화하고, 한참이 지나 어슬렁어슬렁 나타난다. 남이야 기다리든 말든 자기일 다보고 온 모양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런 때는 꼭 잘못한사람이 큰소리다. 가로 막아 세워져 있던 차 주인이 분명 잘못했음에도 점차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 지켜보던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아줌마 저 태권도 3장이에요"라고 말했다. 3단도 아니고 3장이다. 태극3장은 초심자가 도장에 다닌 지 4~5개월 정도 되었을 때 배우는 과정이다. 기본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름 겁박을 한 것이다. 기가차고, 배꼽 빠질 일 아닌가? 그렇다고 괜한 치기로 볼 수도 없다.

아이들끼리 더러 운동하는 것을 뽐내는 모양이다. 알량한 밑천이지만 자랑거리가 된다.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다. 웃다가 스치는 생각, 나이 먹은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번득 깨우치게 된다. 티끌만도 못한 것을 내세우고, 겸손은커녕 침소봉대하며 거드름 피운다. 목소리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기고 보자는 것일까? 허접한 일로 치열하게 다툰다. 그런 행태가 하나님 보기에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가소로우랴, 글을 쓰며 늘 경계한다. 맹사성의 좌우명이라는 '돈수불박(頓首不搏)'을 상기한다. 진솔하지 못하고 겸손하지 못한 교만은 인품을 망친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칠 일이 없다.

일겸사익(一兼四益)이다. 한 번의 겸손이 천지신인(天地神人) 사자로 부터 유익함을 가져온다. 역경 겸괘(易經 謙卦)에 이르기를, "하늘의 도는 아래로 구제하여 빛이 밝으며, 땅의 도는 낮으면서 위로 향한다. 하늘의 도는 찬 것을 일그러뜨려 겸손한 자를 보태 주고, 땅의 도는 찬 것을 변화시켜 겸손으로 흐르게 하며, 귀신은 찬 것을 해치고 겸손한 자를 복 주며, 사람은 찬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자를 좋아한다. 겸은 높으면서 빛나고 낮아도 넘을 수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다.(天道下濟而光明, 地道卑而上行. 天道虧盈而益謙, 地道變盈而流謙, 鬼神害盈而福謙, 人道惡盈而好謙. 謙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천도, 지도, 귀신, 인도(天道 地道 鬼神 人道)가 모두 겸손한 사람을 이롭게 하여 준다. 가득차면 넘치고, 빈 곳으로 흐르며, 비워야 채울 것이 있다. 자연의 이치요, 진정한 군자의 도이다.



한편, 작은 힘이라도 보태 자기 엄마를 지키려는 그 용기가 얼마나 가상한가. 오만, 오기, 객기, 치기, 무모함 등과 다르다. 공연히 부리는 호기는 용기라 하지 않는다. 불리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도덕적 용기가 진정한 용기다. 용기가 있어야 신념도 생긴다.

용자불구(勇者不懼)다. 용기가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지 않는가?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의 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어진 사람은 근심이 없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子曰, 君子道者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지인용(智仁勇)을 말하고 있다. 요즘 시국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갈대 같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미혹되지도 않는다. 진정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질면 근심이 없고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어려움에 부닥쳐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떠한 난관에도 평온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다. 매사에 공명정대하고 의로우면, 마음이 밝아진다.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한 용기는 겸손과 진솔함이다. 보다 크고 지극한 겸손은 남을 위해 애쓰는 것이다. 세상과 우리 자신에게 너무 조급하지 않았는지, 오만하지나 않았는지, 비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인용으로 난국을 해쳐나가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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