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묵 건축사 |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층간소음 분쟁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부 산하 '이웃사이센터'를 두어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아파트라는 수직으로 쌓아 올린 주거 형식에서 오는 폐해인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 외에도 몇 가지 더 아파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들어보면 아찔한 높이까지 치솟다 보니 고층에서 불이 나면 끄기도 어렵게 되었고, 더욱 끔찍한 일은 이런저런 삶의 어려움으로 또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사고로 창밖으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는 것이다.
공동으로 생활하다 보니 주차 갑질로 인한 황당한 뉴스도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높아야 2층 정도인 단독주택에 주로 살았던 시대에는 일어날 수 없던 일들이다. 불이 나면 마당으로 튀어나가면 되었고, 울화가 치밀어 분을 삭일 일이 생기면 문을 박차고 나가 동네 한 바퀴 돌면 그만 이었을 것이다. 주거 형식의 변화가 삶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파트의 대중화로 인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인 성숙과 합의 없이 지금도 무서울 정도로 단독주택들이 헐리고 아파트 단지들이 기존 도심을 점령군처럼 점령해 가고 있다. 차를 몰고 가다 주변이 갑자기 훤해져서 바라보면 가림막이 처져있고, 몇십 년 동안 보아왔던 풍경이 폭격을 맞은 듯 사라지고 없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쩍 그런 곳이 많아지고 있다. 대전 시내 전체가 아파트 단지로 변할듯한 기세다. 아파트가 재산증식의 주요 수단인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을 택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많은 용기를 필요케 한다. 단독주택은 아직 아파트처럼 차익을 남기고 매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너무 올라버린 땅값 때문에 땅 100평에 연 면적 60평 정도의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도심 한가운데 좋은 위치 주택단지에서는 땅값이 평당 1,000만 원을 육박하고 콘크리트 구조로 시공하고 내외부 마감을 웬만큼 하려면 평당 1,000만 원 정도 드는 것을 감안하면 16억 가까이 들 수도 있다. 16억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아파트를 단독주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요즘 단독주택의 삶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단독주택의 단점으로 꼽히는 관리의 번거로움과 범죄에 노출되는 단점을 보완한 단독주택이 한 울타리 안에서 아파트단지처럼 묶여있는 타운하우스가 인기가 많다. 부동산 투자가치도 아파트 못지않게 있는 것으로 이야기되어진다. 물론 단독주택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집들이 빽빽이 모여있는 모습이 단점일 수 있다. 획일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습은 그렇다 치고 땅값이 비싸다 보니 예전의 시골 마을들처럼 자연 스런 배치가 나오지 못하고 바둑판처럼 대지를 나누게 되어 그런 것이다. 더 오래전 시골 마을의 모습은 기와집 아니면 초가집이었을 테니 모습으로 치면 지금의 타운하우스처럼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획일적인 모습으로 보이진 않았고 통일성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각각의 대지 모양이 다르고 배치가 다르고 가족 구성원의 특징에 맞게 변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개별성과 통일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던 옛 마을의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집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동산 가치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서 삶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바뀌어야 이웃이 부담이 되지 않고 의지가 되며 팍팍한 삶의 고뇌를 풀 수 있는 집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한묵 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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