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
지난 8일 한밭종합운동장을 방문했다. 1부리그 승격을 노리는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플레이오프 첫 경기이자 1964년 개장한 한밭종합운동장의 고별 경기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허태정 시장, 함영주 대전하나시티즌 구단주를 비롯해 6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이곳을 건설한 故 이인구 명예회장님의 아들인 이승찬 계룡건설 대표도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의 염원이 모여서였을까? 경기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축구를 통해 대전시민들이 하나됨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대전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이곳의 마지막 경기라는 아쉬움이 뒤섞여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쉽게 경기장을 나서지 못했다.
프로 스포츠는 단순히 선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내는 경연 무대나 지역의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텍사스 A&M university의 시설마케팅 권위자인 존 크롬톤 교수는 프로스포츠를 통해 지역민들이 자부심, 사회적 유대, 정서적 교감 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그 이면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예로 지난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남부 휴스턴을 강타,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실의에 빠진 지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유니폼에 '휴스턴스트롱(HOUSTON STRONG)'이라는 패치를 달고 경기에 임했고 이를 통해 지역과 구단은 강한 동질감을 형성, 그 해 휴스턴이 창단 이후 55년 만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루었다.
이제 한밭종합운동장은 추억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내년에도 시티즌은 2부리그에서 승격을 위한 재도전을 준비한다. 우리의 과제는 한밭에서 확인한 대전시민들의 열망을 고스란히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지속발전이 가능한 지역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 축구특별시의 명성, 하나금융그룹의 인수까지 1997년 이후 25년간 지역과 함께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티즌이 100년 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단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방향 설정에 있어 지역과 팬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것이고 이러한 노력이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역할도 중요하다.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축구를 통해 대전시민 모두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또한 내년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운영권이 본격적으로 구단으로 이관되는 해인 만큼 대전시도 월드컵경기장의 활성화를 위해 구단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민과 팬들께 지금까지 대전하나시티즌에 보여준 지지와 성원을 지속적으로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Football without fans is nothing'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팬은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혼자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에베레스트 산이 세계 최고봉인 것은 히말라야산맥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50만 대전시민과 대전하나시티즌과 관계된 모든 구성원이 허(許)할 때, 대전하나시티즌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100년 전통의 글로벌 명문구단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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