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죽어야 사는' 법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죽어야 사는' 법

  • 승인 2021-12-14 15:50
  • 신문게재 2021-12-15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디지털룸 기자
#1."더는 어떤 문제를 봐도 가슴이 뛰지 않고 설레지 않고, 풀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요." 최근 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멜랑꼴리아'에서 수학과 교수였지만 지금은 딸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아버지 지현욱에게 주인공 지윤수가 꺼낸 말이다. 특혜와 비리의 온상인 한 사립고를 배경으로 수학천재와 교사의 사제로맨스와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로 요즘 재밌게 보고 있다. 4년 전 사건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딸의 대답에 아버지 지현욱은 "모든 훌륭한 수학자는 그런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을 겪는 자만이 진정한 수학자가 된다"라며 두 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건강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변해 꺼져가는 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2.대형 맹금류인 '솔개'는 새 중에서도 수명이 길어 평균 70~80년을 산다. 하지만 솔개가 오래 사는 데에는 그에 따른 고통이 따른다. 40년쯤 살게 되면 부리가 구부러지고 발톱은 닳아서 무뎌진다. 날개도 무거워져 제대로 날 수도 없게 된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통을 딛고 거듭날 것인가… 솔개는 이즈음 중요한 결단을 해야한다. 고통을 선택한 솔개는 바위산에 둥지를 틀고 부리가 닿아 없어질 때까지 마구 쪼아댄다. 닳아 없어진 부리 자리에는 매끈한 새 부리가 자라고, 새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하나씩 뽑기 시작한다. 제 기능을 다 한 깃털도 전부 뽑아낸다. 그렇게 생사를 오가는 130여 일을 보낸 후 솔개는 새로운 몸으로 40년을 더 살아간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사들의 지역언론 콘텐츠제휴(CP) 선정이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주축이 된 이번 심사는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자체기사 비율과 10주간의 홈페이지 모니터링 등 권역별 경쟁을 거쳐 최종 8개 언론사(경기·인천 제외)에 제휴 자격을 부여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선정 언론사 발표가 있던 지난달 중순 금요일, 부서 단체 톡 방에서 결과를 확인한 순간부터 주말 내내 앓아누웠다.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밥벌이하면서 이렇게까지 힘이 빠지고 좌절감을 맛본 적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한가지 목표만 보며 달려왔던 지난 시간이 허망하고 내 모든 것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경험했다. 제평위 결과를 놓고 한 달이 넘게 논란의 여지를 내비치는 보도들이 쏟아지지만, 패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 구질구질한 변명은 더 싫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절박한 조언과 솔개의 목숨을 건 선택을 생각하며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라는 말을 상기해본다. 올 한해 예고치 않은 일들을 겪으며 '죽어야 사는' 이치를 깨달았다는 점에서 어느 해보다 값지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