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디지털룸 기자 |
#2.대형 맹금류인 '솔개'는 새 중에서도 수명이 길어 평균 70~80년을 산다. 하지만 솔개가 오래 사는 데에는 그에 따른 고통이 따른다. 40년쯤 살게 되면 부리가 구부러지고 발톱은 닳아서 무뎌진다. 날개도 무거워져 제대로 날 수도 없게 된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통을 딛고 거듭날 것인가… 솔개는 이즈음 중요한 결단을 해야한다. 고통을 선택한 솔개는 바위산에 둥지를 틀고 부리가 닿아 없어질 때까지 마구 쪼아댄다. 닳아 없어진 부리 자리에는 매끈한 새 부리가 자라고, 새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하나씩 뽑기 시작한다. 제 기능을 다 한 깃털도 전부 뽑아낸다. 그렇게 생사를 오가는 130여 일을 보낸 후 솔개는 새로운 몸으로 40년을 더 살아간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사들의 지역언론 콘텐츠제휴(CP) 선정이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주축이 된 이번 심사는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자체기사 비율과 10주간의 홈페이지 모니터링 등 권역별 경쟁을 거쳐 최종 8개 언론사(경기·인천 제외)에 제휴 자격을 부여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선정 언론사 발표가 있던 지난달 중순 금요일, 부서 단체 톡 방에서 결과를 확인한 순간부터 주말 내내 앓아누웠다.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밥벌이하면서 이렇게까지 힘이 빠지고 좌절감을 맛본 적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한가지 목표만 보며 달려왔던 지난 시간이 허망하고 내 모든 것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경험했다. 제평위 결과를 놓고 한 달이 넘게 논란의 여지를 내비치는 보도들이 쏟아지지만, 패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 구질구질한 변명은 더 싫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절박한 조언과 솔개의 목숨을 건 선택을 생각하며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라는 말을 상기해본다. 올 한해 예고치 않은 일들을 겪으며 '죽어야 사는' 이치를 깨달았다는 점에서 어느 해보다 값지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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