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헛 공약' 아닌 이젠 '대세'

이상문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이제 90여일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유력 후보들은 하루 하루 민심 행보와 간담회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서슴없이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헛 공약'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29일 세종시를 찾아 '제2의 청와대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윤 후보는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 이전은 헌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차기 정부 맡게 되면 법률안 제출을 하거나 국회에 촉구해 일단 제2청와대 집무실을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얼마 전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로 청와대 이전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를 통째로 옮기는 것은 관습헌법 위반이지만, 제2 집무실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제 공약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까지 검토 중이다.

단순히 청와대 외부에 집무실을 추가로 만드는 것은 법적 제한이 없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능 이전을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중 세종 집무실 신설과 청와대 이전 등을 검토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뜻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성 문제와 개헌 불발로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로도 추진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4년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은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 정부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을 해소하고, 청와대 일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2018년 3월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폐기됐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단순히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라 여야 후보들의 청와대 제2집무실 이전 등 '행정수도 완성'의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추진 의지를 가져야 한다.

문 정부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는 점도 기대감을 더 갖게 한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그것이다. 앞서 세종시에 국회의사당을 설치하는 근거가 되는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2027년 하반기에 국회세종의사당이 개원할 전망이다.

행정수도 완성은 충청권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을 바라는 많은 시민들의 꿈이다. 이를 통해 많은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됐다면 '헛 공약'으로 머물게 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