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사람들은 TV 시청을 통해서 보고, 듣고, 즐기는 흥겨움을 기쁨으로 삼는다. 인기 프로로 방영된 < 내일은 미스터트롯 >에서도 이런 것을 실감할 수 있으니 틀린 얘기는 아닌 듯싶다.
나는 왠지 이 프로에 마음을 빼앗긴 지 오래 되었다. 여러 채널 돌리다가 다른 채널 제쳐두고 < 내일은 미스터트롯 >에 와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출연자들이 노래를 잘 부르고 다양한 끼로 즐겁게 흥겹게 해주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것만이 시청을 즐기는 이유는 아니라 하겠다.
무대에 나오는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인간미에 심취되는 솔깃한 면이 크기 때문이리라.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 미스터트롯 >에 출연하는 13살 난 정동원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처음 예심 때부터 눈길을 끌게 했다. 심사위원들이 정동원의 재능을 인정하는 올 하트로, 신동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그 어린이는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회자 김성주 MC가, 올 하트를 받은 정동원에게 무대 출연 동기가 뭐냐고 물었다. 그 때 그는 < 자기를 키워주신 할아버지가 폐암 환자인데 조부께 TV에 나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라고 했다, 또 < 유명하게 되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라고도 했다.
순간 휠체어를 타고 있는 폐암환자 할아버지의 영상까지 화면에 방영되어 가슴을 짠하게 했다.
동시에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 순간 예서제서 눈시울을 붉히면서 숙연한 분위가 조성되었다. 어린 13살 꼬마의 효심에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식간에 숨겨 두었던 염기의 액체가 낯을 적시며 흐르고 있었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이란 단어는 어느 누구 특정인의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정동원은 노래도 잘 불렀다. 끼가 있는 신동임에 틀림없었다. 타고난 가창력도 그렇지만 색소폰 연주 솜씨도 수준급을 능가하는 장원 감이었다. 거기에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지 않고 살려하는 효심은 그만이 가지는 보물임에 틀림없었다.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정동원이 본선에 올랐을 때 폐암으로 고생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TV조선 < 미스터트롯 >에 기부금 팀미션 리더로 있던 김호중이, 동원이가 소속된 팀원, 이찬원, 고재근과 함께 하동에 있는 할아버지 빈소 정동원을 찾아 조문하는 걸 보았다. < 미스터트롯 >에 출연했던 많은 분들이 빈소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TV조선 < 미스터트롯 > 무대가 인연이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아파하는 마음으로 슬픔을 같이하고 있었다. 13살 꼬마 정동원을 격려해 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동원이는 무대에서 만난 출연자들이 그게 인연이 됐는지 또 하나의 가족을 얻게 된 것이었다.
아름다움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비보(悲報)를 접한 < 미스터트롯 > 출연자들이 무려 6시간을 달려 하동에 있는 빈소를 찾았다. 겨우 13살 나이에 빈소를 지키고 있는 정동원을 위로해주기 위해서였다. 심쿵하게 하는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었다.
가슴 뭉클했던 건 이들이 정동원과 나누는 대화 속에 담겨진 따뜻함이었다.
"슬프지 않냐?"고 묻는 남승민의 답변에 열세 살 정동원은 "슬픈 데 참고 있다"고 했다.
또 "울면 할아버지가 더 안 좋아하신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꼬마치고는 너무 어른스럽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 미스터트롯 > 출연자 장민호와 영탁이 말하기를 "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보다 백배는 더 응원해주실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
<미스터트롯> 출연자 장민호는 동원이한테 이렇게 말했다.
"삼촌들이 엄청 응원할게. 동원아, 끝까지. 네가 다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좋지. 동원이 스무 살 넘을 때까지 삼촌들이 응원해 줄게. 그 뒤로는 네가 아마 우리를 지켜줘야 될 거야."
몇 마디 안 되는 이야기지만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힘들어 해야 할 어린 꼬마에게 힘을 실어주는 그 한 마디는 지상의 또 다른 하느님, 부처님이 하시는 말씀으로 들렸다.
가슴 따듯한 짤막한 이야기지만 천만금으로도 안 되는 격려가 되고 있었다. 힘이 되고 있었다. 사람냄새 풍기는 훈훈한 몇 마디는 금세 보석 같은 명언이 되어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여기에도 상부상조하는 따뜻한 마음이 용광로를 대신하고 있었다. < 미스터트롯 > 프로가 사람의 마음을 심쿵하게 하는 것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감동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바로 여기에 숨 쉬고 있었다.
'우리 모두 온혈 가슴으로 살게 하소서.'
TV조선 < 미스터트롯 >의 출연진들이 노래로, 다양한 끼로, 즐겁게 해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흥이 나게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먹고 살아야 하는 인생사로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쉼터의 시간이 되게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다.
이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이런 마력을 가진 프로이니 어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랴!
따듯한 가슴으로 사람냄새 풍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게 됐으니, 어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랴! 축복이라는 행운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내일은 미스터트롯 >이 약자의 좌절이, 슬픔이, 즐거움으로 승화되는 프로가 되도록 하소서.
좌절하는 자에게는 용기를 주시어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살게 하시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어 살게 하소서.
우리 모두가, 오늘도 내일도 온혈 가슴으로 살게 하소서.
아니, 세파 설한 추위에도 손에 손잡고 늘 감사하며 살게 하소서.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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