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을까?

이창화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21-12-09 10:52
  • 신문게재 2021-12-10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1090201000191300003511
이창화 교수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국민통합위원회에서 지난 3월에 국회도서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전문가 18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89%는 한국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18년에 영국의 BBC에서는 27개 국가의 관용지수를 조사했다. 질문은 '당신은 사회적 배경, 문화,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관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관용지수는 캐나다가 74%로 가장 높았고 조사대상 나라들의 평균은 46%였다. 우리나라는 매우 낮은 20%였으며 27개국 중에 26위였다.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현재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젊은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을 '틀딱'이라고 부르면서 비하를 일삼고 있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라고 비난하고 있다. 워마드나 일베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남성은 여성을, 또 여성은 남성을 혐오하고 비난하는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좌파는 우파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해서 이 세상에서 제거해야 할 악한 집단으로 여기고 있고, 우파는 좌파를 종북세력이라면서 여러 험담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경영진과 노조 간의 분열과 갈등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신성하게 여겨졌었던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분열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집단 간의 분열과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문제이며, 더욱 큰 문제는 BBC의 조사에서 보듯이 상대 집단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격하며 나아가서는 상대 집단을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상대 집단이 모두 사라지면 우리 집단이 원하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담론에서, 어떤 사회가 건전하고 생명력을 가진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반대되는 집단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서로 수용하며 융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사서삼경 중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심오하다고 일컫는 주역의 핵심사상 중 하나가 '음양설'이다. '음양설'에서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발생 되고 생명을 얻으며 변화되기 위해서는 서로 반대가 되는 '음'과 '양'이 모두 반드시 있어야 하고, 서로 의존하며 보완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더불어 서구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이론 중 하나인 헤겔의 변증법에서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변증법의 핵심개념은 '정반합(正反合)'이다. 정(正, 테제)과 반(反, 안티테제)는 서로 모순이 되는 관계이다. 어떤 진리에 도달하거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과 '반'이라는 모순되는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 둘이 서로 융화해서 '합(合, 진테제)에 이르게 되고 이것이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드와 더불어 심층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융(Jung)은 '집단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말하면서 서로 특성이 반대가 되는 아니마(anima, 여성적 특성)와 아니무스(animus, 남성적 특성)가 있다고 했다. 원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 특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아니마라는 여성적 특성을, 그리고 여자는 아니무스라고 하는 남성적 특성을 더욱 발달시켜서 두 특성이 한 사람의 심리 속에서 서로 융화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이렇듯 한 개인이나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나 내가 속한 집단과 반대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며 그 개인이나 집단과 잘 융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반대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라진다면 내 자신이나 내가 속한 집단도 쇠락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새가 힘차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한쪽 날개만 있어서는 안 된다. 반대쪽 날개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고 두 날개가 서로 조화롭게 움직여야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이다.



이창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