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 - 에곤 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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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애 미술읽기] 자화상 - 에곤 실레

서양미술사칼럼니스트 정경애

  • 승인 2021-12-09 16:56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실레
자화상, 에곤 실레, 1912, 레오폴드 미술관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다. 초기에는 스승 클림트의 영향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양식을 선호했지만, 점차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인간을 거칠게 표현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쉴레가 살았던 시절의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 최고의 환락가였다. 그러나 빈은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성'에 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더구나 여성의 성은 금기 사항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이 인간의 본질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도구라고 여겨서, 과감하게도 작품의 주제로 성을 택했다.

그래서 그는 남녀의 성기, 매춘부, 미성년의 소녀, 레즈비언 커플, 성직자, 수녀 등 현대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를 적나라한 묘사와 함께 거리낌 없이 누드로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누드를 그렸다기보다 사람의 본질을 관찰하고 예술을 탐구한 것이었다.

여성의 성욕이 금기시된 사회에서 여체를 그린 작품으로 '검은 스타킹을 신고 앉아있는 소녀'가 있다. 마른 체형과 신경질적인 인상은 이 소녀가 받는 사회적 억압을, 자유분방한 생각을 하는 소녀의 표정은 사춘기 소녀가 느끼는 성적 호기심이다. 당시 빈은 사회 부조리가 심각해 빈곤층 소녀들이 매춘부가 되는 일이 허다했다. 쉴레는 이러한 현실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소녀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쉴레의 작품 대다수는 자전적인 진술인데,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은 자신의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넓은 여백을 배경으로 뼈만 남은 듯 앙상하고 메마른 몸과 불안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표현된 자화상에서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세기말 현상과 전쟁에 따른 불안한 시대의 감성을 포착한 대표작이다. 불안한 듯 살 떨리는 실루엣, 생채기 내듯 긁고 문질러 표현하는 기법, 빨갛게 익은 꽈리의 강렬한 색채 등은 공포와 불안을 만들어내는 주범들이다. 불만과 불안감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 여느 자화상과 다르게 보인다.

28세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그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애인인 17세의 발리 노이첼 (Wally Neuzil)을 모델로 그린 비도덕적인 그림으로 24일을 감옥에서 지냈고, 결혼상대자로 발리가 아닌 부잣집 딸 에디트 (Edith)를 선택했고, 임신 6개월이던 아내가 스페인독감으로 죽고 사흘 후에 그도 독감으로 숨지는 등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다.

그러나 짧은 생애 동안 3,500여 점이라는 어마한 분량의 작품을 남긴 사실도 놀랍지만, 금기를 부수고 남긴 죽음과 에로티시즘이 결합한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작품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검은스타킹
검은 스타킹을 입고 앉아 있는 소녀, 에곤실레, 1913,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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