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축구로 하나되는 대전 'AGAIN'…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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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축구로 하나되는 대전 'AGAIN'…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1997년 창단 24년간 대전과 희노애락
강력한 시민 서포터즈가 팀운영 보완
IMF 흔들릴 때 시민구단 전환 첫 사례
FA컵 우승·챌린지 우승 등 저력 선보여
"100년 지속할 시티즌문화 지금부터 준비를"

  • 승인 2021-12-08 18:05
  • 수정 2021-12-08 21:34
  • 신문게재 2021-12-09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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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이 K리그1 승격을 위한 대결에 나섰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대전은 왜 축구특별시라고 말하는 것일까. 야구나 농구, 배드민턴에서는 그러한 애칭이 사용되지 않음에도 축구에서는 '특별시'라며 다른 대우를 아끼지 않는다. 1997년 대전시티즌의 탄생과 FA컵 우승의 영광 그리고 하나금융그룹의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 과정을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뿌리를 찾아본다.<편집자주>

#1. 대전은 1997년 대전시티즌이 창단되기 전부터 축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1983년 프로축구가 개막하고 럭키금성 등이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순회하는 방식으로 프로축구를 선보였으나 축구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은 해소할 수 없었다. 월드컵을 국내에서 유치하자는 열기가 달아오르고 대전이 주요 경기에 개최지에 선정되면서 대전 프로팀 창단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시민적 열망이 폭발했다. 자칫 2002년 월드컵대회에 대전 유치마저도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창단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대전에서 축구팀을 창단하고 이끌 굵직한 대기업이 없는 여건에서 시민들의 열망은 외면할 수 없었고 당시 계룡건설, 동양백화점, 동아건설, 충청은행 등의 4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축구팀을 창단하게 된다. 이때 신설 축구팀에 이름을 어떻게 붙일 지 결정할 때 '대전FC' 등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시민과 지역사회가 신생 축구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대전시티즌'으로 선택했다.

대전시티즌 사무국장을 역임한 유운호 대전대 교수는 "월드컵 국제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도시가 성장했는데 지역 연고 프로팀이 없어선 안 된다는 창단 열망이 대전과 충남에서 뜨겁게 일어났다"며 "시민적 관심은 대단히 높으나 창단부터 경영까지 축구단을 이끌 대기업이 없다는 지역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고민이 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 신생 대전시티즌이 출범하고 1997년 프로리그에 데뷔했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구단은 풍족하지 않았고 시민들의 응원을 받아 운영하는 악발이 팀이 되었다. 컨소시엄의 형태의 구단주는 주인의식은 다소 희박했으나, 반대로 시민 팬들의 강력한 서포터즈가 결성돼 그러한 빈공간을 메웠다. IMF를 겪으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충청은행과 동아건설이 더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다른 대기업에서도 후원이 미미해졌을 때 계룡건설이 시티즌을 단독으로 뒷받침하는 구단주 역할을 수행했다. 기업 하나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기에 어려움이 컸기에 2005년 시민이 구단의 주인이 되는 시민주 공모를 시작해 2006년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FC 바로셀로나처럼 시민들이 의무와 책임, 권리를 바탕으로 축구팀을 운영한다는 개념이 실현된 것이고, 국내 축구팀의 시민구단 첫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1998년부터 10년간 대전시티즌 주전으로 뛴 강정훈 태양FC 감독은 "연습할 전용 운동장이 없어 오늘 연습할 축구장이 마련되는 곳으로 이곳저곳 옮겨다녔고 배재대학교 운동장부터 갑천의 천변잔디밭이 프로축구팀의 연습장처럼 사용했을 정도"라며 "2003년 대전에 대단한 축구 붐이 일었고 이때 상대팀을 비디오로 사전에 분석을 시작했고, 대전 홈에서는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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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이 승격을 향한 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3. 2001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FA컵 결승전은 대전시티즌이 기적 같은 우승을 이뤄낸 대사건의 무대가 됐다. 그 해 정규리그 꼴지 팀이었던 대전시티즌은 FA컵에서 결승까지 차곡차곡 올라가 전통명가 포항을 상대로 1대 0의 짜릿한 우승을 거뒀다. 주전 골키퍼 최은성 선수가 경기 시작 14분께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고, 백업 이승준 골키퍼가 등판했다. 전 시즌을 혼자뛰다시피한 주전 골키퍼의 경기 초반 갑작스런 부상 퇴장은 대전시티즌의 패배로 기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선수들에게서 악착같은 근성이 살아났다. 그해 주전 김은중 선수가 축구 선수로써 치명적일 수 있는 시력문제를 극복하는 중이라는 게 알려지게 되고,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꼴찌들의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었다. 특히, 구단주 역할의 컨소시엄은 IMF 여파에서 거의 해체 수준이었고 계룡건설이 구단을 홀로 책임질 때 정규리그에 이어 FA컵에서도 성적이 나쁘면 구단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선수와 지역사회에 팽배했다.

FA컵 우승 때 대전시티즌을 지휘한 이태호 강동대 감독은 "좋은 선수들과 열렬한 팬 응원 그리고 적극적인 프론트까지 그해 축구 3박자가 잘 맞았고, FA컵에 모든 것을 걸었던 해"라고 기억했다.

#4. 2014년 11월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는 대전시티즌에겐 역사적 무대다. 그때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잔디 보수공사로 한밭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때다. K리그2(당시 챌린지) 우승을 확정지으며 강등 한 시즌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2020년 하나금융그룹의 기업구단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대전시티즌은 846경기를 대전시민을 대표힌 '시티즌' 이름으로 뛰었고, 이를 계승한 대전하나시티즌은 2년만에 1부 리그 승격을 위한 결전을 시작했다. 이민성 감독을 중심으로 주장 박진섭, 골키퍼 김동준, 원기종, 박인혁, 이진현, 일본에서 찾아온 마사 등 자줏빛 전사들이 은퇴한 선배 이창엽과 최은성, 김은중, 이관우, 장철우 등의 빛나는 영광을 잇고 있다.

2014년 K리그 챌린지(2부) 우승 때 대전시티즌 사장을 역임한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는 "당장의 승패보다 시티즌이 대전에 축구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며 "자줏빛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운동장을 꾸준히 찾아주고 구단은 팀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으로 보답할 때 '시티즌문화'가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임병안·김지윤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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