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이 K리그1 승격을 위한 대결에 나섰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
#1. 대전은 1997년 대전시티즌이 창단되기 전부터 축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1983년 프로축구가 개막하고 럭키금성 등이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순회하는 방식으로 프로축구를 선보였으나 축구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은 해소할 수 없었다. 월드컵을 국내에서 유치하자는 열기가 달아오르고 대전이 주요 경기에 개최지에 선정되면서 대전 프로팀 창단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시민적 열망이 폭발했다. 자칫 2002년 월드컵대회에 대전 유치마저도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창단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대전에서 축구팀을 창단하고 이끌 굵직한 대기업이 없는 여건에서 시민들의 열망은 외면할 수 없었고 당시 계룡건설, 동양백화점, 동아건설, 충청은행 등의 4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축구팀을 창단하게 된다. 이때 신설 축구팀에 이름을 어떻게 붙일 지 결정할 때 '대전FC' 등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시민과 지역사회가 신생 축구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대전시티즌'으로 선택했다.
대전시티즌 사무국장을 역임한 유운호 대전대 교수는 "월드컵 국제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도시가 성장했는데 지역 연고 프로팀이 없어선 안 된다는 창단 열망이 대전과 충남에서 뜨겁게 일어났다"며 "시민적 관심은 대단히 높으나 창단부터 경영까지 축구단을 이끌 대기업이 없다는 지역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고민이 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 신생 대전시티즌이 출범하고 1997년 프로리그에 데뷔했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구단은 풍족하지 않았고 시민들의 응원을 받아 운영하는 악발이 팀이 되었다. 컨소시엄의 형태의 구단주는 주인의식은 다소 희박했으나, 반대로 시민 팬들의 강력한 서포터즈가 결성돼 그러한 빈공간을 메웠다. IMF를 겪으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충청은행과 동아건설이 더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다른 대기업에서도 후원이 미미해졌을 때 계룡건설이 시티즌을 단독으로 뒷받침하는 구단주 역할을 수행했다. 기업 하나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기에 어려움이 컸기에 2005년 시민이 구단의 주인이 되는 시민주 공모를 시작해 2006년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FC 바로셀로나처럼 시민들이 의무와 책임, 권리를 바탕으로 축구팀을 운영한다는 개념이 실현된 것이고, 국내 축구팀의 시민구단 첫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1998년부터 10년간 대전시티즌 주전으로 뛴 강정훈 태양FC 감독은 "연습할 전용 운동장이 없어 오늘 연습할 축구장이 마련되는 곳으로 이곳저곳 옮겨다녔고 배재대학교 운동장부터 갑천의 천변잔디밭이 프로축구팀의 연습장처럼 사용했을 정도"라며 "2003년 대전에 대단한 축구 붐이 일었고 이때 상대팀을 비디오로 사전에 분석을 시작했고, 대전 홈에서는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이 승격을 향한 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FA컵 우승 때 대전시티즌을 지휘한 이태호 강동대 감독은 "좋은 선수들과 열렬한 팬 응원 그리고 적극적인 프론트까지 그해 축구 3박자가 잘 맞았고, FA컵에 모든 것을 걸었던 해"라고 기억했다.
#4. 2014년 11월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는 대전시티즌에겐 역사적 무대다. 그때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잔디 보수공사로 한밭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때다. K리그2(당시 챌린지) 우승을 확정지으며 강등 한 시즌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2020년 하나금융그룹의 기업구단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대전시티즌은 846경기를 대전시민을 대표힌 '시티즌' 이름으로 뛰었고, 이를 계승한 대전하나시티즌은 2년만에 1부 리그 승격을 위한 결전을 시작했다. 이민성 감독을 중심으로 주장 박진섭, 골키퍼 김동준, 원기종, 박인혁, 이진현, 일본에서 찾아온 마사 등 자줏빛 전사들이 은퇴한 선배 이창엽과 최은성, 김은중, 이관우, 장철우 등의 빛나는 영광을 잇고 있다.
2014년 K리그 챌린지(2부) 우승 때 대전시티즌 사장을 역임한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는 "당장의 승패보다 시티즌이 대전에 축구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며 "자줏빛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운동장을 꾸준히 찾아주고 구단은 팀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으로 보답할 때 '시티즌문화'가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임병안·김지윤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