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에 의료인력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병원 제2병원이 수도권에 개원한다면 지역병원에 의료진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병원은 무려 7곳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이 경기도 시흥 배곧에 8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추진 중으로 내년 착공해 2027년 상반기에 개원할 예정이다. 연세의료원 역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지상 14층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을 2026년 개원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월 기공식까지 개최했다. 이밖에 서울아산병원이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에 800병상 규모를 2026년까지 완성할 예정이며, 가천대 길병원 역시 서울 위례 택지개발지구에 1200병상, 중앙대병원은 경기도 광명에 692병상의 종합병원을 내년 3월 개원한다. 명지대병원은 경기도 하남 506병상, 아주대병원은 경기도 평택에 500병상 규모의 제2병원을 2027년까지 건립한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이 제2병원 형식으로 몸집을 급격히 불리며 향후 5년간 수도권에 공급된 병상은 5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가뜩이나 의료전달체계에서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고 비수도권에서 종합병원들은 환자유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불균형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전국 의과대학에서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규모는 일정한데 비슷한 시기에 여러 종합병원이 우후죽순 개원한다면 결국에는 지역 의사와 간호사 빼가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을 신규 개원할 때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할텐데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의료인력을 자체 양성해서 충원할 계획도 없이 분원부터 세우는 것은 의료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대전에서도 2000년 건양대병원 개원 이후 신규 대학병원 진출 없이 오히려 분원 형태로 타지역으로 의료자산이 유출되고 있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원시 의료환경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지역 종합병원에서 인턴 등을 거쳐 의료인력이 양성돼 지역에서 의료를 담당하게 되는데 수도권 대학병원의 분원은 인턴과 레지던트까지 가뭄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