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식단만 바꿔도 지구 지키기에 동참할 수 있다. 1주일에 하루를 '고기 없는 날'로 정해도 탄소저감에 큰 도움이 된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장 "모든 육류를 끊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주일에 하루 정도 채식을 하거나 '고기 없는 날'로 만들자. 그러면 자기 몸도, 지구도 건강해질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육식을 줄이는 사람을 리듀스테리안(Reduceterian)이라 한다.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시작한 주 1회 채식 운동인 '고기 없는 월요일'을 떠올리자. 1주일에 하루 채식하면 한 사람당 30년산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근(筋) 손실이 생길까 봐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피하는 사람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과 달리 콜레스테롤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식물성 단백질 식품은 일반 육류제품과 유사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현미나 콩 등을 넣은 잡곡밥이나 두부, 두유, 콩 등으로 만든 대체 육류는 다이어터에게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다이어터가 1주일에 2번 정도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좀 더 가벼운 몸을 느낄 것이다.
채식에도 단계가 있다. 과일이나 견과류, 곡물만 먹는 프루테리언, 채소까지 먹는 비건, 평소엔 육식을 하지 않으나 회식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고기를 먹는 유연한 채식주의인 플렉시테리언 등이다. 채식만을 고집하는 채식 원리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식습관 등에 맞춘 다양한 방식의 채식법을 즐기면 좋다. '엄격한 채식'보다는 '즐거운 채식'이 적절한 방향이다. 국내 채식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4% 수준인 2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엄격한 채식을 하는 비건 인구는 50만 명 정도다. 비건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전국 350~400개로 추정된다. 매년 증가추세이지만 국내 외식업체 수가 약 67만 개임을 고려하면 비건이 방문할 수 있는 식당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 채식 시장규모는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은 규모가 작다. 코트라(KOTRA)에 의하면, 세계 대체육 시장은 미국이 약 10억 달러(21.0%) 규모로 가장 크다. 그 뒤를 이어 영국 6억1000만 달러(12.9%), 중국 2억8000만 달러(6.0%), 독일 2억6000만 달러(5.5%), 일본 2억2000만 달러(4.7%) 순이다. 한국은 2000만 달러 수준이다. 수년 전부터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그리고 학교가 채식 문화에 동참하며 국내 시장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전 지구적 당면과제인 기후환경 변화 대응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또 각 지역 농가의 특산물을 소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식이냐? 채식이냐?' 선택은 기술적이거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유전적인 문제도 아니다. 우리의 문제는 시각에 관한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각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흑백으로 구분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이분화하는 성향이다. 이제는 육식과 채식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균형식은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비율을 7:3 또는 8:2로 유지하며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플렉시테리언 식사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듣던 '골고루 먹어라!'의 정석이다. 마치 워라벨이 '잘 먹고 잘살아라!'인 것처럼.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