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소방관이 갖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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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소방관이 갖춘 덕목

  • 승인 2021-12-05 10:29
  • 신문게재 2021-12-06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채수종대전소방본부장 사진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늦가을 유난히도 파랗고 시린 하늘을 쫓아가면 높은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감 하나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까치밥'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작은 생명까지 소중히 여기는 선조들의 지혜가 있다. 눈이 내리고 세상이 얼어붙어 먹을 것이 없어진 겨울을 살아내는 새들에게 나누어 주는 작은 배려이자 나눔이다.

예로부터 감나무를 '오상(五常)'이라 불렀다. 감나무의 잎은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 하여 문(文)이 있고, 감나무의 나무는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였다 하여 무(武)가 있으며, 과일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일하므로 충(忠)이 있으며, 노인도 치아 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효(孝)가 있고,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나뭇가지에 버티어 달려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여 문·무·충·효·절의 오상(五常)이라 하였다.

또 목재가 검어 잎이 푸르며 꽃이 노랗고 열매가 붉고 곶감이 희다 해서 청황홍백흑(靑黃紅白黑)의 오색오행(五色五行), 오덕오방(五方五德)에 충실한 예절지수로 여겼다. 감나무는 그 쓸모나 역할에 있어서 나무 중의 최고, '으뜸'이라 부를 만 하다.

공무원에는 여러 가지 직렬이 있다. 그중 소방관은 '특정직'에 속한다. 특정직 공무원으로는 법관·검사·소방공무원·경찰공무원·교육공무원·군인 등이 있다. '특정직'의 역할은 국가의 안전과 방위, 사회의 질서유지, 교육의 분야를 담당한다. 결국 특정직이 갖는 의미는 이 사회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보루인 셈이다.



감나무에 오상(五常)이 있다면 소방관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소방공무원의 채용과정은 일반직 공무원과는 다르다. 소방관에게는 시민을 구하기 위한 빠른 현장 파악과 판단력이 필요하기에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소방관에게는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희생이 필요하기에 선하고 올곧은 마음이 필요하다. 소방관에게는 나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소방관에게는 지(智), 덕(德), 체(體)가 있다. 소방관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비로소 소방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소방관이 되었다고 소방관의 덕목이 다 갖추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많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난 속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간다. 가득찬 독이 넘치듯, 물이 잔뜩 밴 옷감에서 물이 흘러나오듯 소방관의 내공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감나무가 자라듯이 오랜 시간이 흘러야 소방관의 지(智), 덕(德), 체(體)는 비로소 더욱 견고해진다.

소방관의 작업 현장은 어렵고 험난하다. 특히 지금처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의 시대에 소방관은 더 많은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소방관이 됐을까를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참혹한 현장 안에 있는 사람을 봅니다.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해주고 도와주는 일이 가장 기쁩니다. 내 가족 일처럼, 내 일처럼 기쁩니다. 그런 희열을 매일매일 느끼는 직업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어야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소방관은 하늘이 내려주는 '소명(召命)' 같은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역병은 계속해서 변형되어 발생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재난도 끊임없이 다양하게 일어난다. 이런 사회에서 소방관의 역할은, 소방관의 덕은 더욱 빛이 난다. 바꾸어 말하면 '소명(昭明)'이다. 밝게 빛난다. 이 사회를 지키면서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내는 사람, 듬직한 사람, 빛이 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소방관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한계는 없다.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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