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영입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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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영입의 관건

인과응보 사필귀정

  • 승인 2021-12-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국두(菊豆)는 1990년에 만들어진 중국 영화다. 염색 공장주인 양금산은 나이 50이 넘어 젊은 처녀 국두를 데려온다. 국두는 가난했기에 팔려왔다. 양금산은 돈으로 그녀를 샀다는 우쭐함에 만날 폭행을 일삼는다.

매일 아침 국두의 모습을 훔쳐보던 금산의 조카 천청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에게 애정을, 숙부에겐 분노를 느낀다. 금산이 집에 없는 어느 날, 천청과 국두는 불륜의 관계를 맺고 다음 해 여름 천백이 태어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양금산은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지만, 천청은 아버지로서 자기 아이를 떳떳이 대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금산이 중풍으로 쓰러지게 된다. 상습 폭행에 넌더리를 치던 국두는 그에게 "천백은 천청의 아들!"이라고 소리친다.

분노한 양금산은 복수를 결심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염색 통 부근에서 놀던 천백에게 금산이 살의를 품고 다가간다. 염색 통에 빠트리려고 하는 찰나, 천백은 금산에게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에 금산은 크게 기뻐하지만 결국 천백과 놀다가 염색 통에 빠져 죽게 된다. 금산이 죽은 지 꽤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천백은 천청을 따르기는커녕 국두와의 관계를 알고 오히려 크게 증오한다.

마을 사람들의 의심도 더욱 짙어지자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식한다. 둘은 지하 창고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러나 천백이 국두를 구해낸다.

다시 내려가 천청을 업고 올라왔으나 일부러 염색 통에 빠뜨린다. 천청도 금산처럼 똑같이 염색 통에 빠져 죽는 것이다. 인과응보 사필귀정(因果應報事必歸正)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국두는 염색공장에 불을 지르고 불은 활활 타오른다.

천청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숙모와의 사랑이라는 불륜 탓에 자기 아들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가혹한, 그러나 당연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여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영입 인재 1호인 조 모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2월 3일 자진 사퇴했다.

자신에 대한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끝내 이를 시인하고 굴복한 셈이다. 영입(迎入)은 '환영하여 받아들임'을 뜻한다. 중차대한 대선을 앞두고 여와 야는 경쟁적으로 이른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영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입된 인사는 자리에 걸맞은 처신(處身)과 무게감까지 지녀야 옳다. 어제는 모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00서예전'을 취재했다. 많은 작품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라는 서예 작품이었다.

이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의미의 글이었다. 서예는 이론(理論)이 바탕이 되고, 그와 더불어 실기(實技)도 완숙해야 하는 장르이다.

많은 독서와 함께 부단한 연마(鍊磨)를 통하여 내면(內面)의 정신세계와 합일(合一)이 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임은 물론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에 발표할 작품을 하나 쓰는 데도 예술인은 최선을 다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자면 예술인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열정과 청렴(淸廉)이 요구된다. 영화 '국두'를 서두에 등장시킨 것은 혼외자(婚外子)라는 '불공정'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의 일환이다.

숙모인 국두와 통정하여 아이를 낳은 조카 천청은 금산으로 하여금 혼외자 자식임을 알고도 모른 척 키워야 하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통분(痛憤)의 아픔을 새삼 돌이켜보게 만든다.

앞으로도 여야의 대선 캠프에서는 이런저런 인재를 또 영입할 것이다. 거짓 없는 사람, 윤색되지 않은 진실, 멸사봉공(滅私奉公) 실천에 뛰어난 인재가 영입의 관건이 되어야 옳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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