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옥/시인
땡그랑
한 푼이 아니다
그냥 사랑일 뿐
목숨 내어준
애절한 그 눈물
가득 고인 심장
애가 꿇어
넘치고 넘치는
불멸의 그 사랑
마지막 순간까지
마르지 않는
진리의 샘 솟구쳐
탕자의 꿇은 무릎
일으켜 세우고
어그러진 다리
춤추게 한다
나는
시인도 글쟁이도
아니다
다만 양떼들의
시리고 시린
가슴 보듬어 안고
심장 깊숙이 꽂힌
아리고 쓰린
그 마음
붉은 그 눈물
읽고 있을 뿐이다
이인옥 시인의 첫 시집 '사막은 낙타만이 걷는 길인 줄 알았지'에 나오는 프롤로그이다. 시어(詩語)의 조탁(彫琢)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기에 이순(耳順)을 넘겼어도 아름다운 시어들이 샘솟듯 솟아났던 것이다.
한 편 더 보자.
'속임수'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신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변덕스러운
칠면조처럼
늘
옷을 바꾸며
당신을 사랑하는
척했을 뿐
당신을
사랑한 적 없습니다
스스로 사랑이라
믿었을 뿐입니다
너무 크고 아름다운
참 빛이기에
사랑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사람도
가슴으로
품어내지 못했으며
자신을 속이고
속고 있다는 걸
저는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적 없었습니다
목회자가 아니면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었을까? '저는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적 없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이라면 이 시를 읽으며 되새김질을 해보기 바란다. 가슴에 손을 얹지 않고 해도 된다. 그저 이인옥 시인의 시를 읽게 되면 공감을 하게 되고, 그 공감이 반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목회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형상화 시킨 일종의 자기 고백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별'이라는 시도 보자.
보고 싶은 마음
초록 몸 진하게 풀어
온산을 다 적시고
푸른 잎사귀마다
이슬방울
그렁그렁 맺히더니
부칠 길
없는 편지 손에 들고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
그리움이 채워진다
가슴 샘 가득
바람 우체부
물끄러미 서 있다
누구와 사별했는지 필자는 모른다. 그러나 시어에 나타난 의미나 자연스레 이어지는 문장에서 드러나는 고백을 볼 때 이인옥 시인의 가슴 속에 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소중한 인연과의 사별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 가슴 아린 사별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자연스레 풀어낼 수 있을까?
이인옥 시인은 시집의 제목을 '사막은 낙타만이 걷는 길인 줄 알았지'라고 정했다. 시를 막연하게 쓰지 않기 위해서 제목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끌게 하였던 것이다. 낙타는 사막을 지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동행자이자 길을 인도하는 선도자인 것이다. 언제나 사막을 걷는 것처럼 막연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에겐 낙타라는 동행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 낙타를 '사람을 인도해주시는 하나님'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낙타에 의지한 채 그 무변광대한 사막을 건너지만, 낙타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낙타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기대가 크다. 이순의 나이에 시어를 골라내고, 그 골라낸 시어를 조탁해 문장 배열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길일까? 그러나 시인은 낙타와 함께 가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낙타와 동행이라면 아무리 광대하고 먼 길이라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큰 것이다.
김용복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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