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자기점검을 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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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자기점검을 하는 날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승인 2021-12-02 10:48
  • 신문게재 2021-12-0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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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오늘은 가슴이 넓어지는 날로 자기점검을 하는 날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손해를 보았다면 무엇이 손해였을까? 전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로 입을 가렸기에 말하기가 줄어들었습니다. 자기의 속 마음을 말로 표현을 하는데 말을 적게 할 수밖에 없기에 속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기에 자신을 자세하게 표현하는 말을 미루고 미루었을 것입니다. 말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말하기가 손해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말을 미루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될 말도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못한 손해가 있었던 반면에 숙고하는 시간을 지니게 되어 적합한 말을 찾아 제대로 말하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마스크하면 숙고하는 시간을 떠오르게 됩니다.

전염병을 적으로 보아서 방어했다가 이제는 적인 전염병과 함께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사는 것은 긴장없이 살기에 부담감이 없지만 적과 함께 산다는 것은 늘 긴장 속에서 사는 큰 부담감을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예전에 익숙한 삶의 방법을 지금 사용해서는 안 될 상황이 온 것입니다. 조금만이라도 방심하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적과 함께 사는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새롭게 사는 방식을 만들어야 할 상황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절망스러운 일도 일어납니다. 그렇게 혼란과 절망의 큰 재난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가 발생될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전염병이 지나고 나면 어떤 새로운 삶의 문화가 우리를 맞이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한 개인의 아픔으로 인해 생활문화가 바뀌기도 합니다. 미국 예일대 미술을 공부한 새뮤엘 모오스 Samuel Morse(1791-1872)는 초상화가로 뉴욕대 미대교수였는데 이탈리아로 미술연구차 갔다가 아내의 죽음을 늦게 듣고 귀국하는 슈리호 선상에서 슬픈상태에서 전자기학을 1832년에 관심있게 듣고 1837년에 모오스 기호를 만들었습니다. 아내의 죽음의 소식을 일찍 들었다면 더 빨리 아내에게 달려갔을텐데 라는 마음으로 모오스 기호를 만들었습니다. 모오스기호로 인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바로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로 소통하다가 기록으로 소통을 하게 되었고 이후 그림으로 소통을 하게 되었고 모오스 기호로 인해 전자로 소통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애에 기초한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새로운 전자기기의 문명을 누리게 한 것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많이 아픈데 인간애를 기초로 한 연구와 탐색과 숙고로 인하여 전염병 이후에 새로운 문화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염병으로 전염되기 쉬운 땅에서의 생활문화가 전염되지 않기 위해 공중생활문화가 우리를 이끌 상상이 곧 실현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푸른 하늘의 하얀 구름을 선명하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는 드론과 에어택시와 에어버스가 하늘을 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그렇게 재난을 통하여 재난 전후가 확연히 달라지는 문화가 발생할 것입니다. 전염병 속에 있는 우리는 전염병 이후 인간애를 기반으로 한 인류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인간애를 기반한 새로운 문화는 지적인 확신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고 의무적이지도 아니하고 영혼이 없는 믿음도 아닙니다. 인간애를 기반한 새로운 문화는 애끓는 감정과 사랑의 힘과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는 문화는 복을 주는 몸으로의 포옹이 일어나고 진실과 솔직함을 느끼는 편안함이 있는 소공동체를 세우게 됩니다.

"귀한 날이 오늘이다 someday is today"라는 노래가사에 "난 당신의 적이 아니예요. 언젠가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그 나라가 오면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노랫말처럼 재난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들 스스로가 "가치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깃발로 새로운 문화를 세워야 할 것입니다. 속이 좁은 삶을 고통을 통하여 품이 확장된 우리가 되어야 후손들에게 덜 미안할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가슴이 넓어지는 날로 만들어가는 날입니다. 그래야 새해를 맞이할 자기점검이 될 것입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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