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수능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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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수능 그 후…

고미선 세종본부장

  • 승인 2021-12-01 21:32
  • 신문게재 2021-12-02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딸 아이가 수능을 치렀다.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달려온 대입 레이스의 끝이 보인다.

이른 아침, 막히지 않은 길을 따라 도착한 시험장 앞 도로엔 학부모들의 차들이 늘어서 있고, 교문 안으로 들어서던 수험생들의 뒷 모습이 모두 내 아이와 닮았다. 교문 밖 절절한 어머니의 기도는 생략했지만, 그간의 노력이 '실수'의 덜미에 잡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꼭 쥐었다.

대한민국의 신경이 모두 고3에게 쏠리는, 비행기도 멈춘다는 수능일.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경찰의 긴급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지던 날. 과거 학력고사 시절과 2021년 현재의 수능의 결은 많이 달라졌지만, 살얼음판 걷듯 뒷바라지해온 부모들의 애끊는 마음은 한결 같다.

코로나 2년차인 올해는 수능 한파도, 학교 후배들의 시끌벅적한 응원도, 교문에 붙여진 합격 엿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시 지원자에겐 '수능한방'이 없다. 반면 정시를 선택한 수험생에겐 살 떨리는 하루가 됐으리라. 초중고 12년, 꿈을 위한 노력의 증빙이 한 날의 시험으로 가늠되기 때문이다. 마중 나간 교문에서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고생했어…" 한마디로 그간의 노고를 토닥여 본다.



그렇게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치른 후 2주가 흘렀다.

시험 종료와 함께 학원가와 전문가들은 "고난도 문항이 줄었다" "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출제위원 역시 "예년 출제기조를 유지했다"라고 말했고, 이를 둘러싼 학생들의 술렁임이 시작됐다. 출제자와 수험생 간의 난이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딸아이는 시험을 마친 후 "비문학 상식은 까다롭고, 달라진 문항배치가 생소했다"라며 "초반부터 진을 빼는 문제가 등장해 적응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SNS에 올라온 아이들의 반응도 격했다. "수학 1번이 1번답지 않다. 국어 지문에 헤겔이 등장했다" "물 수능엔 눈물나고, 불 수능에 천불이 난다"라는 토로였다. 쉽게 냈다는데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은 이유는 뭘까? 고난도 문제는 적었지만 중위권 학생들이 많이 무너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힘을 싣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력수준 차이가 커졌다는 이유다. 일찌감치 정시를 준비하며 사교육으로 단단해진 아이들과 달리, 파행을 겪었던 학교 교육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4년 시작된 대입 수능제도가 30년이 되어간다. 수시든 정시든 사교육 논란은 계속돼 왔고, 아직도 아이들의 인생에서 수능의 위상은 죽지 않았다. 올해 수능을 본 고3 학생들은 중3 시절부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누더기 고입, 대입정책의 실험대상이라는 억울함과 함께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실험쥐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을까.

어쨌든 수능은 끝났고, 최종 목적지인 대입을 위한 신발끈을 다시 좨야 할 때다. 12월 10일 성적표를 받은 후엔 수시·정시 지원자 모두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에 도전하게 된다. 논술과 면접고사 등 대학별 고사 준비에 올인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기에 그들의 피땀눈물이 물거품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적성이나 소질보다 점수에 맞춰 전공과 대학을 선택했다가 미래에 후회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 딸 아들을 향한 바람이다.

/고미선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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