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많아지고, 상식과는 상반되는 사회적 결과물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논의와 자정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식 역시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누군가에겐 상식인 것이 누군가에겐 비상식이 되기도 하고, 과거에 절대적 신념과도 같았던 상식이 오늘날 비상식적인 일들로 여겨진다.
인간이 만든 이상 상식과 법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식을 바탕으로 법적 규제를 두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올바르게 가야 한다, 혹은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비정상적이어도 자성과 자정을 통해 올바르게 나갈수 있다는 믿음.
요즘처럼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고, 잔혹 범죄가 연일 보도될수록 우리가 의지하는 이 실낱같은 희망도 바로 믿음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이면을 짙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논의를 담은 책들이 출간됐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2'(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김진숙 지음, 민음사 펴냄, 444쪽)이 16편의 영화를 통해 아동학대, 기업범죄, 사이코 패스를 분석하고, 다양한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면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 지음, 김봉재·김미정 옮김, 착한가게 펴냄, 396쪽)은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화두속에서 기업의 역할로 이윤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모색한다.
세대간 젠더간 갈등 속에서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박민영 지음, 이마존북스 펴냄, 280쪽)는 이 같은 갈등이 기득권과 정치권이 만들어낸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범죄는 갈수록 잔혹해 지는 것일까?...'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2'=영화속 범죄 유형과 심리를 분석해 '범죄영화'를 감상하는 방식을 제시했던 오디오클립을 책에 담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이 2권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오디오 클립에 소개됐던 16편의 영화를 담은 이 책은 '그것만이 내세상', '아카시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히든'을 통해 '정인이 사건'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와 개선점을 논의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정상가족이라는 이미지의 실체와 한때 양육으로 인식되던 체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이 책은 '밤쉘', '삼진그룹영어토익반',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통해 기업범죄에 대응한 개인의 연대를, '몬스터', '조디악', '추격자', '암수살인', '재심', '더헌트'를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미화된 허구와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순하게 색다른 영화감상법 제시에서 벗어나 영화속에 담긴 여러 사회문제와 그 화두를 시작으로 새로운 개선 방향을 찾고 있는 이 책은 실제로 1권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던 의제강간연령이 만 13세에서 만16세로 상향 조정되고, 스토킹처벌법이 입법화되는 등 성과도 올렸다.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비지니스 혁명, 비콥=21세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한 사회'다. 세계적 그룹인 BTS도 얼마전 UN총회에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회복을 이뤄내자는 내용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기업의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대한의 이익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유익을 창출하는 ESG경영이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재무적 이익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 중심을 두는 ESG경영은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한 비콥(B Corp)운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세계 70여개국 4000여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한 비콥기업은 비영리조직 비랩(B Lap)이 운영하는 인증제도에 따른 인증기업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 벤앤제리스, 올버즈 등이 모두 비콥기업이다.
2006년 스탠퍼드 대학교 동창인 세 친구들이 함께 시작한 이 운동의 핵심은 사람, 지구, 이윤이라는 세가지 성과기준(TBL Triple Bottom Line)을 따른다.
저자는 10년이 넘는 연구와 비콥 운동의 창시자들과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회적 유익, 직원의 권리,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비콥 운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확장해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적으로 만들었을까...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일본의 소가베 아츠시 히로사키대 생물학과 교수는 일본 무쓰만 앞바다에 6개의 폐타이어를 설치하고 집게들의 생태를 조사했다. 당초 아츠시 교수는 타이어 표면에 유기체가 생기면 (집게가) 그걸 발판 삼아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깁게끼리 먹이 경쟁과 집 경쟁을 하면서 동족 포식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몸집이 커지면 기존의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껍데기를 찾는 집게가 제한된 공간에 갇혀버리자, 결국 같은 종의 껍데기를 빼앗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아츠시 교수의 연구는 인간의 버린 쓰레기가 결국 해양 생물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다는 것이었지만, 계층간 이동이 막혀버린 사회에서 발생하는 계급내 갈등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과 지하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치열한 전쟁을 보는 것 처럼.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도 분노와 불만으로 정의된 이대남(20대 남자)은 결국 정치권과 기성세대가 이용한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대남은 젠더 전쟁의 패배로 '남자'가 될 기회를 잃어버리고, 세대 전쟁의 패배로 '어른'될 기회를 잃어버렸지만 결국 우리사회의 청년계층은 이 같은 관념에 의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내몰려 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대남이 겪고 있는 불안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십대 남녀가 겪고 있는 문제가 조작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