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8강 아대부 즉묵대부(阿大夫 卽墨大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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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8강 아대부 즉묵대부(阿大夫 卽墨大夫)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11-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98강: 阿大夫 卽墨大夫(아대부 즉묵대부) : 阿(아)지역의 대부와 卽墨(즉묵)지역의 대부

글 자 : 阿(언덕아), 夫(지아비 부), 卽(곧 즉), 墨(먹 묵)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 전 : 사기(史記), 전경중완세가편(田敬仲完世家篇)에 보인다.

비 유 : 아첨하는 자와 충성하는 자의 비교 또는 현명한 군주를 비유함





국(國)은 '나라', '고향', '수도(首都)' 등을 뜻하는 글자다.

이 글자는 큰 입구(口) 안에 혹(或)이 들어가 있다. 或(혹)자는 과(戈/창)와 구(口/입)와 일(一)자로 이루어졌다 창(戈)은 나라를 지키는 무기요, 구(口)는 백성이요, 일(一) 은 땅이다. 곧 나라는 땅과 국민이 있으며 이를 지키고 보전하는 국력이 필요하다. 큰 입구(口)의 테두리는 국경선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 때 생긴 일이다.

아(阿)지역의 대부(阿大夫)는 자기 관할 지역인 아현(阿縣/지금의 산둥성 청도 동북지방)지역의 통치가 엉망이었음에도 임금에게는 매번 최고의 대부(大夫)로 보고되곤 했다. 그것은 아 대부가 임금 주변의 간신들에게 상납(上納)을 잘 했기 때문이다.

반면 즉묵(卽墨)지역의 대부(卽墨大夫)는 즉묵현(卽墨縣/지금의 산동성 동아현)지방을 다스려 민심도 화합(和合)되고 농사도 해마다 풍년이 들게 했다. 그럼에도 임금에게 보고되는 결과는 항상 최하등급이었다.

그 때 임금이 현명한 재상[추기(鄒忌)]의 조언을 받아 사람을 시켜 아(阿 )지역과 즉묵(卽墨)지역의 다스림의 실태를 암행감찰을 통해 파악하게 했다. 이는 현명(賢明)한 지도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랬더니 결과는 간신들의 보고와 정반대였다.

이에 제나라 위왕(威王)은 암행어사들의 정직한 보고를 듣고, 이를 근거로 곧 두 수령(아의 대부와 즉묵의 대부)들을 조정으로 들도록 명령을 내렸다.

즉묵의 대부가 먼저 조회에 들어왔다. 왕은 그의 조회를 받을 뿐, 일언반구 묻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아의 대부가 들어오자, 왕은 근신들을 모아 놓고 상(賞)과 벌(罰)을 줄 준비를 하라고 선언했다.

신하들은 속으로 모두 "이번에 아의 대부는 크게 상(賞)을 받을 것이고, 즉묵의 대부는 화(禍)를 입게 될 것이다." 드디어 백관들의 알현이 끝나고 상벌이 시작되었다.

위왕(威王)은 즉묵의 대부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그대가 즉묵의 대부로 가던 그날부터 날로 그대를 헐뜯는 말만 들려오기에 내 사람을 보내 즉묵 고을을 살피고 오게 했소. 즉묵은 밭과 들이 많이 개척되어 있고 백성들은 다 살림이 풍족했으며 관에는 일이 처리되지 않은 것이 없고 마을에는 도둑과 죄를 범하는 자가 없었소. 이 나라 동쪽이 무사태평한 것은 모두가 그대의 성심과 노력의 결과였소. 그대는 자기 일에 충실했기 때문에 내 좌우에게 아첨할 생각을 미처 갖지 못했던 거요. 그래서 받아야 할 칭찬 대신 헐뜯는 소리만을 듣게 된 거요. 그대야 말로 참으로 훌륭한 수령이었소. 내, 상으로 만가(萬家)의 고을을 봉하겠소." 좌우 신하들과 군신들은 호기와 경악에 찬 눈으로 착잡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즉묵의 대부가 절을 하고 물러나자 이번엔 아의 대부를 앞으로 불러 세웠다. "그대에게 아의 대부를 시킨 뒤로 칭찬하는 소리가 날로 들려오기에 내 사람을 보내 실정을 살펴오라 했었소. 그랬더니 논과 밭은 묵어 곡식이 제대로 익지 못하고, 백성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는데도, 그대는 이를 구하려하지 않고 다만 후한 폐백과 돈으로 내 좌우를 매수하여 거짓 칭찬만을 들으려 했으니 고을을 지키는 사람으로 그대같이 착하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 아의 대부는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며 마음을 고쳐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를 했으나 왕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위왕은 형리들을 불러 기름 가마를 설치하라 명했다. 솥은 뜨거운 불로 삽시간에 기름이 끓어올랐다. 아의 대부는 꽁꽁 묶이어 가마 속으로 던져지고 말았다. 조정안은 금시 살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이 돌며 신하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여움이 가시지 않은 위왕은 다시 수십 명의 신하들을 앞으로 불러 세웠다. 그들은 항상 아의 대부를 치켜세우고 즉묵의 대부를 헐뜯었던 사람들이었다. "너희들은 내 좌우에 있으면서 내 눈과 귀가 되어야 마땅하거늘, 사사로이 뇌물을 받고, 옳고 그른 것을 거꾸로 만들어 과인을 속여 왔으니 신하로서 너희 같은 무리들을 장차 무엇에 쓰겠느냐? 너희들도 다 같이 기름 가마로 들어감이 마땅하리라." 그들은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눈물로 애걸을 했다. 그러나 위왕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왕은 평소 신임하며 믿었던 십여 명을 추려 차례로 기름 가마에 처넣었다.

국(國)의 글자에도 나타나 있듯이 나라를 지키는 요체는 국민과 국방력이다.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도 건강을 지녀야 하듯이 나라도 튼튼한 힘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부과되는 세금을 내고, 국방을 위해 병역의무도 지고 있다. 이 세금이야말로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 비리(非理), 부정부패(不正腐敗), 또는 잘못된 정책으로 허비하면 절대 안 된다,

이는 한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지도자의 결단에 의해 좌우된다.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고 그들의 능력을 100%발휘하게 하도록 지도자는 잘 뒷받침되도록 해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가 간신의 장막 속에 싸이고 보면 올바름을 보고, 들을 수 없게 된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國有三不祥(국유삼불상/나라에 세 가지 상서롭지 못한 경우)이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국가경영을 위한 인재등용을 가리키는 중요한 교훈이다.

첫째, 有賢而不知(유현이부지) (나라 안에) 현명한 사람이 있는데 군주가 알지 못함.

둘째, 知而不用(지이불용) (현명하고 유능한 자를) 알고는 있는데 등용하지 않음.

셋째, 用而不任(용이불임) 등용은 했는데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음이다.

대한민국의 역대 통치자들의 인재등용은 어느 범주에 속할까? 답은 역시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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