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기다림의 리더십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기다림의 리더십

  • 승인 2021-11-30 16:23
  • 수정 2021-12-03 14:41
  • 신문게재 2021-12-01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엠블럼
'본인도 그렇지만 나도 속 태우고 있던 부분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월 22일 대전하나시티즌 이민성 감독이 공격수 바이오의 첫 골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바이오는 시즌 내내 '아픈손가락', '미운 오리 새끼'로 불렸다. 2020시즌 4득점에 불과했지만, 이민성 시즌 새판을 짜면서 그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살을 좀 빼고 오라'는 특명을 내리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021 시즌이 시작되고 몸을 만든 바이오는 2라운드 부산전에 교체 투입되며 시즌 첫 출전을 기록했다. 이후 출전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주전 팀의 간판 공격수로 잡아나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바이오의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공격의 중심인 간판 공격수가 침묵하면서 기존 공격수들의 골도 침묵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중원 자원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며 득점을 이어갔지만, 바이오의 부진은 팀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시즌 중반 팀이 잠시 중위권으로 떨어지는 위기에도 바이오는 주전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정작 이민성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경기 후 총평에서도 "바이오는 자신의 역할을 해줬다"며 두둔했다.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바이오의 팀 내 역할은 나쁘지 않았다. 최전방과 2선,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했고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며 종종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중원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줬다. 무득점 경기가 10경기를 넘어가는 순간에도 이 감독은 "바이오는 언제가 터질 것으로 생각한다, 나 보다 본인이 더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며 이민성 감독은 박인혁, 원기종, 공민현 등 공격 조합에 변화를 주며 새로운 득점 루트를 찾았다. 바이오 역시 그 조합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26라운드 기다렸던 득점이 터졌다. 경남과 무득점 행진을 이어가던 후반 38분 서영재가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바이오가 머리로 밀어 넣으면 골망을 흔들었다. 19경기 만에 터진 마수걸이 골이었다. 동료들과 기쁨의 세리모니를 나눈 바이오는 곧바로 이민성 감독의 품에 안겼다. 자신을 믿어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첫 득점에 성공한 바이오는 이후에도 꾸준히 후반 교체를 통해 출전시간을 늘려나갔다.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상대가 지쳐가는 시점에 들어가 압박하며 공격수들을 지원했다. 승격으로 가는 시즌 36번째 경기에서 바이오는 또 한 번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안양과의 승격 플레이오프가 열린 11월 7일 1-1 상황에서 후반에 투입된 바이오는 경기 투입 7분 만에 역전골을 터트렸고 이어 추가 득점까지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바이오의 경남전 마수걸이 골이 감독에 대한 믿음의 보답이었다면, 안양전 바이오의 두 골은 이민성 감독의 바이오에 대한 기다림과 리더십의 결과였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극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두 사람의 믿음이 과연 1부리그 승격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낼지 오는 12월 8일에 열리는 승강플레이오프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