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국악관현악단<이정필 지휘자 제공> |
청풍승평계가 학계에서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역사도 새롭게 써야할 판이다. 특히, 국악관현악단은 그동안 짧은 역사 등으로 '서양 오케스트라 모방 편성이다'라거나 '음악 구성이 일부 어색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청풍승평계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받을 경우라면 상황은 말 그대로 '반전 드라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과 국내의 서양식 오케스트라(관현악단) 역사는 어떨까. 분석해 봤는데, 생각처럼 국악관현악단이 늦지 않다. 무엇보다 청풍승평계가 공식적으로 '최초' 타이틀을 움켜쥔다면 국내의 서양식 오케스트라 창단보다 더 앞선다.
강인모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관현악단 <강인모 지휘자 제공> |
1893년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국악 관련 단체인 청풍승평계는 단순한 국악단체냐, 아니면 국악관현악단이냐를 두고 고증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청풍승평계가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다면 공식 '국악관현악단'이 된다. 이럴 경우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 서양 오케스트라 중앙악우회보다 33년 앞선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통 국악관현악단이 서양 오케스트라보다 수십 년 먼저, 대중들에게 연주됐다는 얘기다.
이정필 대한민국 국·공립 예술단 국악지휘자 협회 회장(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은 "대한민국 국·공립 예술단 국악지휘자 협회 차원에서(제천 청풍승평계 발굴 사업을)적극 검토해볼 생각"이라며 "내년도 사업에 예산을 세워 '제천 청풍승평계'에 대한 학술 세미나 등을 개최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도 현재 적극 검토 중이다.
강인모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자(안양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안양시민오케스트라 지휘자·노블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한국의 서양식 오케스트라에 관한 연구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1926년 중앙악우회가 공식적인 우리나라 첫 서양 오케스트라"라며 "서양음악은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음악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국악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국악이 음악적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중·고교 당시, 우리나라 음악교육이 서양음악에 집중돼 있었고, 국악은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몇해 전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고 우리 국악도 음악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임상규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안산시립국악단. <임상규 지휘자 제공> |
한편, 1965년 창단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현재 학계의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이다.
그런데 이보다 72년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 면모를 갖춘 악단이 존재했는데, 바로 '청풍승평계'라는 국악 관련 단체다. 청풍승평계는 128년 전, 제천시 청풍면에서 창단됐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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