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더이상 청년예술인들이 배고픈 예술인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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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더이상 청년예술인들이 배고픈 예술인이 되지 않도록

  • 승인 2021-11-28 11:52
  • 수정 2021-11-29 15:12
  • 신문게재 2021-11-29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정바름 증명사진
디지털팀 정바름 기자
얼마 전 고등학교 시절 같이 미술학원에 다녔던 친구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한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입시 막판에 도망쳤다. 획일적인 입시미술에 질리기도 했고 미대 졸업 후 장래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무사히 난 다른 길을 찾았고 친구들은 미술을 업으로 삼았다.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데 친구 한명이 퇴사 얘기를 꺼냈다. 디자이너로 입사한 친구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궂은일을 해왔다. 입시 내내 함께 고생했던 친구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울컥했다. 실기를 위해 쏟아 부은 돈과 시간에 비해 보상은 얼마 없다는 사실에 다들 한숨만 내쉬었다.

기자가 된 후 문화계를 출입하면서도 많은 청년예술인의 어려움을 보고 들었다. 몇 주 전엔 지역의 음반 유통사 대표와 만나 얘길 나눴는데 그의 말에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전의 어느 자치구에서 최근 행사를 진행했는데 장비까지 다 들고 와야 하는 상황임에도 보수가 한 팀당 2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행사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젊은 아티스트들은 행사에 참여해도 적은 보수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심각한 점은 이런 경우가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 섭외는 싸게 싸게'라는 인식이 민간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행해져오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이런 현실에 예술인들 사이에서 최근 소득보장을 위한 공정단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행위에 대한 단가 책정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우리 지역에서 청년 예술인들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의 예술계열 학과를 졸업해도 생계 문제로 중도포기하거나 대전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최근엔 낮은 취업률로 대학에서 예술계열 과를 폐과시키는 추세다. 여파로 지역 문화계에선 젊은 인재들을 수혈 받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몇 달 간 '문화 IN 문화人'이라는 기획물을 통해 힘든 상황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미래를 펼쳐나가는 젊은 예술인들을 만났다. 대전이 좋고 대전에서 한 획을 긋고 싶다는 이들의 열정을 꺾이지 않도록 모두가 진심으로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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