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어문의 근대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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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어문의 근대화 과정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1-11-28 10:32
  • 신문게재 2021-11-2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근대 계몽기와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혼란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말 연구는 이론적 입장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천적 입장에서 방향을 전개해 나갔으니 맞춤법 및 표준어 정리와 한글 보급으로의 확산을 통한 이른바 어문의 근대화가 그것이었다. 즉, 이 시기 맞춤법과 표준어 정리는 조선총독부와 조선어학회가 각각 지배와 대항의 주체였으며, 신문, 잡지 등의 출판 활동 외에도 교육을 통한 한글 보급에는 당시 서양 선교사들이 주도한 성경 번역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는 근대적 국가로서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러한 제도 형성의 과정 속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은 식민지 극복을 위한 저항의 표상으로 구체화 되면서 민족어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방향으로 국어 의식이 표출되었다. 그런 점에서 민족어는 국어를 국민과 연관시키지 못하고 민족과 연관시킬 수밖에 없었던 일제 강점기 상황을 그대로 표상한다. 따라서 민족어로서의 위상 확립은 언어를 근대적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 속에서 파악하고 언어를 통해 민족 계몽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어문 민족주의 관점이 저변의 사상으로 작용하는 것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즉, 국어가 민족의 개념과 혼합되어 다시 부각된 시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였던 것이다.

한 언어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의 역사적 경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어와 민족의 관계는 매우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시기는 국가의 개념이 제기되고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증폭되었던 시기이기도 하였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인식과 그 실현은 일제의 우리말 억압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즉, 일제 강점기 조선교육령을 통해 '일본어로서의 국어'로 강제로 대치되는 상황 속에서 내적 저항으로서의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각인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제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진 조선교육령은 궁극적으로 교육을 통해 조선을 영구적으로 식민 지배하기 위한 야욕에서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내선일체'니 '동조동근'이라는 말은 식민 지배의 통치 이념에 불과할 뿐이고, 조선교육령은 '조선에 거주하는 조선인 교육'이었지 조선에 있는 일본인에게도 해당하는 교육은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차별적이었다.



돌아볼 때, 갑오개혁이 진행되던 1894년 11월 21일에 고종은 칙령을 공포하고 모든 공문에 국문(한문 또는 국한문 혼용)으로 본을 삼는다고 하여 국문을 국가의 공식 문자로 지정하였는데, 이는 근대국가의 의미소로서의 '국문'의 개념을 인식한 사건이었다. 즉, 오랫동안 한문 문장 사용의 제도에서 벗어나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의식적 제도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 나아가, 1895년 2월에는 근대적 교육 이념을 담은 '교육에 관한 칙서'를 공포하고 9월 7일에는 소학교령을 반포하였는데, 같은 시기 8월에 편찬된 『국민소학독본』은 최초의 근대적 국어 교과서로서의 위상과 함께 제목에서 '국민'이 표상하는 대로 민족적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는 점에서 최초의 국어 교과서는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06년 소학교령이 폐지되고 보통학교령이 공포되면서 서서히 일본어 교육이 강화되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는 총 3차례의 조선교육령을 반포하여 우리말과 글을 말살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민족어를 말살해 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조선총독부를 통한 일제의 민족어 말살 정책은 동시대 국어 맞춤법 변천 과정과 그 궤를 같이 하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인식과 그 실현은 일제의 우리말 억압 정책과 길항 관계를 형성해 갔다.

요컨대, 어문의 근대화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통해 민족혼을 살리려는 선각자들 덕분에 민족어를 정립시키려는 노력은 지속 되었고 한글 보급 운동을 통한 문맹 퇴치를 꾸준히 전개하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근대화 과정을 실천해 나갔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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