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리 조치원대동초 교사 |
외딴말 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물건은 조치원대동초등학교 제 3회 졸업앨범이었다. 우리 학교는 개교 106주년이 되는 학교이다. 무려 100여 년 전 물건이 전시되어 있던 것이다. 그야말로 주민들이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옛 물건들을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 마을의 보물과도 같은 이 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부분 조치원에서 나고 자란 우리 반 아이들도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처음 들어본 듯한 반응이었다.
'아, 사회참여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뜻깊은 활동을 하면서 이 박물관을 알려보는 건 어떨까?' 문득 나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크고 작은 기획전시회를 열 수 있는 세종시 도시재생 홍보관, '청춘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을 어르신들의 동의를 얻고, 외딴말 박물관과 조치원대동초의 콜라보 전시를 신청하였다.
먼저 아이들과 함께 외딴말 박물관을 방문하여 박물관을 둘러보고, 기증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기증품을 골라보았다. 아이들이 고른 기증품은 옛 내음이 가득한 지게, 경대, 다식판 그리고 베솔이었다.
마을 이장님께서는 이 네 가지 물건을 기증한 어르신들을 직접 섭외해 주셨다.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릴 적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처럼 기증품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셨다.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어르신들께서는 옛 생각에 눈물을 훔치시기도,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기도 하셨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물건에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자그마한 박물관 안에서 잔잔한 이야기꽃이 드리웠다.
아이들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어떤 전시를 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은 어르신들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딴말 그림책도 만들고, 옛 물건을 아이들의 눈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만들어 보았다. 또 어르신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시하였다. 기증품과 기증자가 품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에 아이들의 마음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손으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마을 속으로 걸어 들어간 아이들, 삶과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는 세종시 도시재생홍보관인 청춘관에서 43일간 진행됐다.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마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마을이라는 공간에서의 배움은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과 의미를 전해주었다. 삶과 배움을 연결하는 것, 그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박소리 조치원대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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