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내부 의견 조율과 창단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24일 예정됐던 '대전시립예술단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대전시의회 정례회 상정이 결국 무산됐다.
대전시립극단과 시립오페라단의 창단은 2018년 허태정 대전시장이 취임 첫해 민선7기 정책방향 설명회를 통해 약속한 사항이다.
당시 허시장은 2021년까지 시립극단과 오페라단을 창단하고 공공 공연장 3곳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 후보시절에는 문화예술 관련 투자를 전체예산의 2.1%에서 5%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전을 문화융성도시로 키워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문화계는 이 같은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허 시장의 임기 막바지인 1년을 남겨 놓고 예술단 추진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졸속 추진 논란이 인데다 관련 문화계 내부에서조차 의견 취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추진 동력을 제대로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련 단체들이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주도권 경쟁마저 생기면서 추진을 위한 당위성 조차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의견 조율 실패, 졸속 추진 우려 속 결국 제동=대전시의회에서 상정이 부결된 '대전시립예술단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은 대전시립극단·오페라단 창단 근거와 운영 규모 등을 담았다. 당초 시는 8월 시의회에 상정해 9월중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안에 설립을 위한 행정적 추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시립극단과 오페라단 운영에 따른 인건비, 공연비 등을 담은 향후 5년간의 연도별 예산안도 세웠다.
예산안에 따르면 시립극단은 2022년 12억원을 시작으로, 2~5차년도까지 10억원씩 총 52억원을, 시립오페라단은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13억원씩 총 65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립극단과 오페라단은 모두 작품 중심제로 운영하고 예술감독과 사무 직원 등 두 단체에 10명의 인력을 새로 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문화계는 이들 예술단의 설립이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과 3월 시의회 임시회와 정례회가 예정돼 있지만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선거 국면에 접어 들면서 허시장의 공약 사항인 시립예술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끝내 예술단 설립 개정안이 무산된 것은 임기 1년을 앞두고 급하게 추진되면서 관련 분야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분야의 경우 2019년 세차례의 공청회가, 오페라단의 경우 올해 들어 두번의 정책 토론회만 진행됐다.
여기에 설립과 운영을 위한 용역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립예술단 설립은 민선 8기로 넘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용역기관 선정과 용역 수행에만도 짧아도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에 활동하는 오페라단이 3곳 뿐이어서 오페라단 설립을 위한 시민 공감대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시는 이번 개정안 상정이 불발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병연 대전시 문화예술정책과장은 "문화계 의견을 좀더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현재 더 많은 단체를 대상으로 설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내년 1월과 3월에도 시의회가 열리는 만큼 개정안 상정과 통과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 시도, 시립 예술단 설립하며 '문화도시' 표방= 문화도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함께 21세기 각 지자체들이 서둘러 추진하는 먹거리 분야다. 지역 문화가 발전할 수록 '문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어, 관광 등 문화 산업에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예술단 설립과 발전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지역민의 문화 향유 뿐 아니라 문화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립극단의 경우 1990년 인천이 전국 최초로 시립극단을 창단한데 이어, 부산과 대구가 지난 1998년 시립극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경주와 수원, 순천, 목포 등 기초자치단체도 시립극단이 운영중이다.
시립 오페라단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상당수다.
우혜자 대전시의원에 따르면 대전과 시세가 비슷한 대구나 광주가 각 각 30여년과 10여년 전에 시 주도로 오페라단을 창단했고, 대구는 오페라하우스를 조성해 '오페라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부산시와 세종시도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세계적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조성하고 있다.
반면 대전은 시립합창단과 시립관현악단, 시립무용단이 창단된지 30년이 넘고, 1500명 가량 배출되는 음악 전공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도 절실하다.
우 의원은 3월 시의회 임시회에서 "오페라는 한 도시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표준이자, 문화 위상을 대표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공연 예술의 완성체인 만큼, 품격있는 문화를 선점하려는 지자체에 밀려나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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