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형질 변경했던 농지가 올초 원상복구된 현재 모습. 임효인 기자 |
대전 유성구가 농지에 불법행위를 한 토지소유주를 농지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결론 난 사건을 두고 제보자 A씨가 분통을 터트리며 이같이 말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무시하다 뒤늦게 이행하고 경찰 수사 결과 불송치 처분으로 사건이 유야무야된 가운데 유성구의 행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유성구의 농지법 위반 행정처분 과정을 놓고 봐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유성구 내 개발제한구역 행위를 담당하는 부서는 수년 전 행위를 인지한 데 반해 농지법 담당 부서에선 뒤늦게 고발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처분을 받으면서다.
제보자 A씨와 유성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성구 일자리경제과(현재 지역산업과)는 구암동 일대 토지를 소유한 한 법인을 농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농지를 불법 형질 변경하고 주차장으로 이용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앞서 A씨는 유성구에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여러 차례 제보하며 처분을 주문했다. 고발 부서는 원상복구를 명령하는 계고를 두 차례 내렸지만, 원상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농지는 '농지법'에 따라 농작물을 경작하는 토지로 이용에 제한이 있다. 해당 복수 지번의 토지는 대전의 한 교통회사 법인이 소유한 면적 3250㎡의 농지로, 과거 불법건축물을 짓고 토지의 형질을 변경해 주차장으로 사용해 농지법을 위반했다.
구암동 일대 농지를 불법 형질변경 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난해 12월 당시 모습. 독자 제공 |
개발제한구역 담당 업무를 하는 도시계획과가 2016년부터 해당 농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농지 담당 부서와 이를 공유하지 않았으며 농지 담당 부서인 일자리경제과도 고발 전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계획과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 농지 관련 부서에 적용 법령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 같은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불법행위를 놓고 한 부서는 인지하고 있었던 반면 또 다른 부서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중도일보 취재 결과 해당 농지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시점은 경찰이 적시한 2015년 3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도시계획과가 그동안 해당 토지에 내린 행정처분 내용에 따르면 이 부서는 2016년 9월 불법행위를 최초 인지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며 토지소유주 또는 행위자는 이듬해 초 원상복구를 이행했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 원상복구했던 불법행위가 다시 이뤄지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개발제한구역법 불법행위에 따른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바 있다. 즉 불법행위가 다시 일어난 2017년부터 공소시효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성경찰서 수사 담당 관계자는 "2014년과 2015년 위성촬영 사진에 차이가 있고 피의자도 2015년이라고 진술해 2015년 3월로 형질 변경 시점을 특정해 공소권 없다고 본 것"이라며 "2017년 다시 뭔가 조치했다는 건 전달받지 못했다. 유성구 각 부서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게 했으면 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유성구 고발 부서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유성구 지역산업과 관계자는 "도시과와 적용 법령이 달라 인지 시점에 차이가 있다"며 "고발 이후엔 도시계획과 관련 서류도 경찰에 전달했고 거기서 판단한 걸 저희가 얘기하긴 어렵다. 현장 직원들이 공소시효를 생각 못하고 일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보자 A씨는 "같은 불법을 놓고 각 부서가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며 "이제라도 재수사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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