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충남혁신도시 범도민추진위원회 주도로 열린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촉구 기자회견 모습. 민주당은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회견 내용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콧 했고 이와 관련한 여야 공방이 오갔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
여야가 힘을 합쳐도 혁신도시 관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파열음을 낸 것이다.
충남혁신도시 범도민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충남 여야 의원들과 함께 충남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현 정부의 결단과 대선공약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배지'는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홍성예산)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도 동참하기로 했지만,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 내용이 알려진 뒤에는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내용은 혁신도시 시즌2가 경각에 달린 상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사과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정부여당이 혁신도시를 지역민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뿐 이후 구체적인 추진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는 내용도 민주당에선 불편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회견 현장에 왔다가 발길을 돌린 이정문 의원(천안병)은 "우리당과 야당 그리고 충남도가 협의가 잘돼 회견 내용이 적절한 수위로 될 줄 알았는데(일방적으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함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사실상 야당에 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이어 "저 역시 국정감사 등 활동에서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정부에 따질 때도 있다"며 "하지만 (여당의원이 야당 의원과 함께) 공개 석상에서 (정부 여당을) 비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이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과 연대해서 민주당이 반드시 관철시켜 내겠다"고 덧붙였다.
야당도 가만있지 않고 바로 반격했다.
홍문표 의원은 "지역 핵심 현안에 여야가 따로 있으면 안 된다"며 "(정부여당에) 불편한 내용이 회견 내용에 들어있다고 해서 참석을 안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 의원은 또 "(현 정부 내 혁신도시 시즌2 무산에 대해) 정부여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오늘 같은 날에 당연히 여당의원도 참석해서 충청인의 염원을 당 지도부와 대통령에게 건의했어야 했다"고 보탰다.
이날 회견을 주도한 범도민추진위 관계자도 "정부 여당이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하지 않는 것은 현행법에 따른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충남 혁신도시가 무산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성토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문 대통령 대선공약이었지만, 임기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김부겸 총리가 얼마 전 경북 안동에서 열린 균형발전박람회 인사말에서 "우리 정부가 준비를 잘해놔야 다음 정부에서 차질 없이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며 사실상 현 정부 내 무산을 공식화 했다.
이에 따라 충청권 등 각 지역 반발이 거세지고 있으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각 당의 정략적 셈법에 휘둘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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