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박사 |
GTX는 수도권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급행철도인데, A, B, C, D 등 4개 노선이다. A노선은 수도권 남쪽 동탄에서 서북쪽 끝자락 파주까지, B노선은 인천에서 남양주까지 수도권의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까지 대각선으로 통과한다. C노선은 남쪽 수원에서 북쪽 의정부 덕정까지 수도권 남북을 잇는다. 여기에 최근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D노선이 추가됐다. 그야말로 동서남북 사통팔달 급행철도망을 갖추는 셈이다. 총연장 약 225km에 사업비는 자그마치 15조 8천억원에 이른다.
대전·세종·청주를 중심도시로 하는 대전광역권은 어떨까? 인구만 보면 광역권이 300만명이고 충청권을 다 합쳐도 500만명 수준이니 수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니 GTX와 같은 고급철도망은 없어도 되는 걸까?
아니다. 대전광역권은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가 걸려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국가 기초과학연구원이 밀집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비롯하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그 규모와 기능면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과학기술 집적단지들이 그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산업과 관련해서는 혁신성장기업군이 가장 많이 분포한 국내 최대의 혁신성장클러스터이기도 하다.
대덕특구만 하더라도 3만 6천 명의 석박사들이 있는데 전국 박사학위자의 15%에 해당한다. 과학벨트는 역대 최대규모 과학기술 국책사업으로 1개의 거점지구와 3개의 기능지구로 구분되는데 거점지구에만 2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그뿐인가? 행정중심도시로서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중앙행정부처가 세종시에 입지해 있고, 국회가 설치될 예정이다. 요컨대 국가의 중추기능인 연구·행정·입법기능이 다 모여 있다.
문제는 연결이다. 중요한 기능들이 있기는 한데 제각각 따로국밥이다. 연구기능들은 도심과 뚝 떨어져 흩어져 있어 상호 왕래도 어려운 실정이다. 유일한 국제관문인 청주공항은 해외접근성을 확보해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벨트에서 청주공항까지 60km 남짓 되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115분이 걸리고 대덕특구에서는 148분이 소요된다. 무늬만 '국제연구교류'인 셈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딱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전·세종권역내 산재한 보석같은 연구·행정·입법기능들을 고속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연결함으로써 집적 효과_agglomeration effect_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표정속도 120km 수준의 가칭 충청고속광역철도(CTX)로 연결하면 30분이면 대전역에서 과학벨트와 세종∼오송·오창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갈 수 있다. 지하 50m 내외로 굴착하는 대심도 터널방식과 일부 기존선 구간을 공용하면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절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구기능의 활성화는 물론 중부권 유일의 공항인 청주공항을 활성화할 수 있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공항신설 요구도 잦아들 수 있다. 장래 계획된 동탄~청주공항선과 연계하면 수도권 접근성까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장래 계획된 충청권 광역철망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철도 연장형인 데다 기존선을 공유하는 방식이라 고속운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갖추고 있는 연구·행정·입법기능의 시너지 그리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국가연구사업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고속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연결은 의미가 적지 않다. 대전·세종에서 20분대에 청주공항에 갈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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