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 원톱 선대위' 무산되나

김병준·김한길 인선보류 요구로 갈등
尹-金 관계 악화 일단 투톱체제 가닥

윤석열 캠프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김종인 원톱 선대위' 구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듯 하다.

윤 후보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보고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 선대위 합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조만간 김 전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광화문 사무실에서 언론과 만나 "더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의 전화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거부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두 사람의 간극은 윤 후보 선대위에 김 전 위원장,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3각 편대로 구성한다는 하마평이 돌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직후 일시적 컨벤션 효과에 취해 중도 외연확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자신이 다른 '2김'(金)과 동급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 역시 보수진영의 숙원인 성공적인 정권교체 보다는 선대위 헤게모니 장악에 더욱 관심을 두는 듯한 김 전 위원장에 피로감을 느껴왔다는 것이 여의도의 전언이다.

결정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인선을 보류하라고 요구하고 윤 후보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둘의 관계도 파국으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한 채 '김종인 원톱' 선대위는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윤 후보 측에 따르면 앞으로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 새 선대위 인선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 측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채우지 않고, 일단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로 선대위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