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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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보다는

  • 승인 2021-11-23 15:58
  • 신문게재 2021-1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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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룸 이유나 기자
수습 기자 언론인 연수를 위해 서울에 2주 동안 머무를 기회가 생겼다. 서울은 참 화려한 도시이다. 고개가 절로 젖혀지는 우뚝 선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야경, 명품으로 도배한 세련된 옷차림까지. 왜 많은 사람이 '인 서울'을 하고 싶어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52.1%)이 수도권이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잘난 사람은 다 서울에 몰려 있는 것 같다. 대전에 다시 내려가면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나도 모르게 경쟁을 내면화하고 성장 중독에 걸려 버렸다. 나는 포켓몬이 아니라서 계속 진화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반짝반짝한 서울이 부러워서일까? 사람들은 지역 발전에 대해 논할 때 개발과 성장만을 이야기한다. 길을 뚫고 새 건물을 짓는 것만 전부인 줄 안다. 지역민이 반대하고 환경을 파괴해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대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소하다. 산책로가 많아서, 단골 가게가 있어서, 평화로워서 등등. 엄청난 자본이 모인 서울은 빛날진 몰라도 행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 뒤로 비싼 집값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대전이 사소함이 모여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명이, 환경이 평화롭게 공존했으면 좋겠다. 타 시도에선 매년 열리는 퀴어 축제가 대전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는 운동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대전에서도 시행됐으면 좋겠다. 걷거나 자전거로 모든 생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 도시로 탈바꿈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숫자놀음뿐인 경제 성장은 내 삶을 이제는 개선하지 못한다는 걸 몸소 체감했다. 오히려 성장에 대한 집착이 소수자를 배제했고 기후위기를 앞당겼을 뿐이다. 시인 이상이 썼다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지만, 출처를 찾지 못한 익명 저자의 글로 마무리한다. "나는 상처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고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상처가 없이도 잘 자랐으리라 믿는다. 나는 당신을 상처 없이 지켜주고 싶다. 심지어 그대, 전혀 성장하지 못한대도 상관없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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