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도미에의 눈에 비친 한국의 법조인은?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도미에의 눈에 비친 한국의 법조인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11-22 08:4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프랑스의 농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사실주의 회화의 대가라고 명명받는 ‘구스타프 쿠르베’와 함께 사실주의 회화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화가가 ‘오노레 도미에’이다. 그는 쿠르베와는 달리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빈부 격차로 고된 노동과 가난에 힘들어하는 노동자의 삶을 그림으로 나타낸 위대한 화가이다. 그러나 도미에의 위대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날카로운 풍자로 당대의 정치가, 특히 판사나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의 위선적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법풍자화가라는 점에서 도미에는 단순한 화가를 넘어선 인간애를 갖춘 위대한 예술가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당시 도미에의 눈에 비친 사법부와 법조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세기 당시 '유산계급의 부지런한 가정부' 소리를 듣던 법조인이었기에 탐욕스러움, 교만, 냉소, 허위의식의 색으로 채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법조인과 정치가로 상징되는 프랑스 사회의 부도덕성과 추악함을 힘찬 윤곽선과 대담하게 강조한 사실주의적 세부 묘사 기법을 통하여 들추어내었다.

독일의 위대한 법철학자인 ‘구스타프 라드부르흐’가 도미에의 사법풍자화를 본 느낌을 갖고 판사의 모습을 먼저 살펴보자. 그의 눈에 비친 판결을 선고하는 판사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 사람의 얼굴을 한 식인종이지 결코 재판관이 아니었다. 자신이 미리 예단한 죄책에 대한 자유 이외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판사일 뿐이었다. 또 검사는 어떤가? 가슴에 손을 얹고 확신에 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정적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은 가슴 아프기 그지없지만 그대로 버려둘 수는 없다'고 자기 세뇌를 하는 존재에 불과하였다. 변호사의 모습은 더욱 신랄하다. 그들의 웃음은 추악하고 저열하고 냉소적·악마적·조롱적이며 음흉하기까지 한 존재로 그려진다.

결국 도미에의 눈에 비친 법조인의 모습은 각 개인에게는 지구의 중심적인 사건일지라도 법조인에게 사건 당사자는 그저 원둘레 위에 이어진 점 하나에 불과한 존재로 취급하는 모습이었다. 법조인들의 오만한 얼굴에 새겨진 글귀는 "나의 상전은 법률, 그것이 정당하든지, 부당하든지 상관없다"로 압축되었다.



도대체 도미에는 왜 이렇게 법조인을 부정의 대명사로 인식했을까? 그저 삐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이상한 화가였기에 그럴까? 아니다. 도미에는 법조인의 격정적인 몸짓이 그릇되고 진실하지 못할 때 풍자화로 그 위선과 탐욕, 비겁함을 표현한 것이다.

15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늘 한국의 법조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도미에의 눈에 비친 그런 모습이 아니라 권위 있고, 자상하며,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권력에 약하고, 허위의식에 빠져 있으며, 형식논리만으로 만사를 재단하는 법만능주의를 교주 삼아 일신의 안위만을 꾀하면서 자기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을까?

사법부의 최고수장이 구속되고, 대법관을 비롯한 최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재판받는 처참한 시대에 법조인들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문제 여부를 따져보고 뒤돌아보는 그런 형식적 기회조차 제대로 한번 가져 본 적이 있던가? 판사를 지원하는 동기가 통칭 '워라밸'을 추구하기에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음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민사재판의 담당 판사를 거론하면서 그가 진보 판사인지, 보수 판사인지를 먼저 묻는 풍조가 일고 있음은 또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검찰청 세상에서 펼쳐지는 모습들은 어떤가? 가히 목불인견이다. 같은 구성원끼리 고소, 고발과 징계가 남발되는 모습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코미디 같은 풍경들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어느 법조 원로 한 명 나서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 보통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얄팍한 법률 지식으로 각 정치진영의 공격과 방어논리만을 화려하게 꾸며내는 법기술자로서의 변호사들의 속 빈 강정 같은 모습은 또 어떤가? 정답을 찾지 못하겠다.

지금 한국에 도미에와 같은 사실주의 풍자화가가 있다면, 법조인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까? 이문열이 소설로 그려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조금 무섭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