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술 위원장 |
식물은 추위에 잎을 가지고 있으면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몸체의 수분을 보존하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먼저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늦게까지 붙어 있고, 가장 늦게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먼저 떨어진다고 합니다. 자연의 생존방식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산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특히 성인 중 48%가 월 1회 이상 등산을 할 만큼 전 국민의 취미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좋아하는 환경 조건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먼 거리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트인 곳, 산꼭대기 등 지형적으로 정찰이 편리한 곳 등을 꼽은 것을 보면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몸속에 산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등산할 때 가장 주의할 것이 안전이지만, 새겨 보아야 할 일화 하나가 있습니다. 1930년 겨울, 알프스에 주둔하던 헝가리군 소대장이 얼음에 덮인 황무지로 정찰대를 파견합니다. 이 정찰대는 산맥을 정찰하다가 혹독한 눈보라를 만납니다. 눈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병사 한 명이 호주머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듭니다. 그들은 지도를 가지고 눈보라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3일 만에 무사히 베이스캠프로 복귀하지요.
그런데 지도를 유심히 본 소대장은 깜짝 놀랍니다. 알프스산맥으로부터 1000㎞나 떨어진 피레네 산맥(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지대)지도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지도가 병사들에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긍정의 프레임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었고,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해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 즉 틀린 지도라도 그것을 믿고 끝까지 길을 찾아 나서면 희망이 보인다는 겁니다.
엉터리 지도 한 장이 병사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면, 인류의 역사를 바꾼 지도도 있습니다. 1854년 여름, 영국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합니다. 이미 1832년과 1849년, 두 번에 걸친 콜레라의 유행으로 1만여 명이 희생됐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콜레라가 나쁜 공기에 의해 전염된다는 '미아즈마설'을 믿고 있었기에 코를 막고 다니는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존 스노우라는 의사는 매일같이 콜레라가 발생하는 가구를 방문해 펌프 물을 마셨는지를 지도에 체크 해 나간 결과 오염된 물을 통해 콜레라가 전염된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역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대단한 것에 있지 않습니다. 위기가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과거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평범한 이들에 의해 인류 역사는 발전해 왔습니다.
귀한 나무일수록 험한 변두리에 심는다고 하지요. 그 나무를 돌보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가보게 되고 풀도 자주 뽑아주면 그곳이 좋은 곳으로 변한다는 겁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이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듯이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복을 누릴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겨울 추위가 서둘러 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 우리가 희망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한 장 남은 달력, 모두가 넉넉하고 훈훈한 마음으로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시기를 소망합니다.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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