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프랑스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프랑스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음의 심연, 끝까지 살아있는 존재

  • 승인 2021-11-19 10:08
  • 수정 2021-11-22 15:30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TLADUD
젊은 시절 사랑과 이별의 지침서와 같았던 프랑스와즈 사강, 닥터지바고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보리스 파테르나크의 신간이 늦가을을 맞아 독자를 찾아왔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던 프랑스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을 묶은 '마음의 심연'(프랑스와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사 펴냄, 304쪽)이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남녀의 심리를 사강 특유의 문체로 담담히 그려냈다면,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최종술 옮김, 민음사 펴냄, 324쪽)는 소설가로 잘알려졌지만 사실은 러시아 시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파스테르나크의 대표시를 묶었다.



▲이토록 깊은 '마음의 심연'= 사랑과 이별의 젊은 시절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와즈 사강이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그 시절의 아련했던 감정을 떠올릴수 있을 것이다.

열 아홉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을 시작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달 후, 일년 후' 등으로 프랑스 현대 문학의 아이콘이자 '사강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랑스와즈 사강의 '마음의 심연'은 사강의 아들인 드니 웨스토프가 지난 2004년 사강의 사망이후 발견한 원고를 10여년간 엮고 다듬어 낸 책이다.



냉소적이고, 담담한 문체의 사강이 그려냈던 전작의 소설들과 다르게 미완성 유작인 만큼 불안전하고 미완성이지만 사강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재기발랄할 세계를 만날수 있다.

소설은 프랑스 지방 재력가인 앙리 크레송과 그의 아들 뤼도빅 크레송, 아내 마리로르와 마리로르의 엄마인 파니 크롤리의 관계와 감정을 그린다.

삼각관계와 나이차가 많은 연상 연하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상케하지만, 채 완성되지 않은 거친 필체 때문인지 또다른 사강의 모습을 만날수 있다. 여기에 사랑 없이 유지하는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 허세와 겉치장을 중시하는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사강 특유의 풍자를 만날수 있다.



▲서정성의 변주로 만난 '거시적 주제'=러시아 혁명기에 살았던 작가 답게 개인적 체험보다, 역사적 체험, 혁명의이 의미,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 거시적 주제를 시로 풀어낸 파스테르나크의 시는 단순히 혁명을 노래한 선동성보다는 오히려 치열한 고민과 내적 갈등을 그린 서정성에 더 무게를 둔다.

인간과 자연의 긴밀한 관계성에 주목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노래한 파스테르나크의 시는 '시적인 것'과 '산문적인 것'의 전통적 경계를 뛰어 넘는다. 페스테르나크가 '무경계의 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소설 닥터 지바고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조국에 남는 '내적 망명'을 결심한 파스테르나크는 지식인이자 예술가로서 삶과 사회주의, 혁명의 관계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며 '종이가 아닌 운명속에 공백'을 남겨 놓으며 삶과 생명을 찬미했다. 코로나 19시대 우울감과 불안감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강인한 그의 신념과 서정성이 치유가 되는 이유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